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 제공
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 제공
1973년 현대중공업 창립 이후 HD현대에는 오랫동안 ‘세계 1위 조선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역량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해양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첨단조선소 구축 가속화

HD현대 '미래첨단조선소' 혁신…4년 뒤엔 가상공간서 배 짓는다
HD현대는 ‘미래 첨단조선소(FOS)’를 차세대 조선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FOS 프로젝트는 디지털 트윈과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조선소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프로젝트다. 2030년 최종 완성하는 게 목표다. FOS가 완성되면 생산성이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단축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2023년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고, 올해 2단계 ‘연결·예측·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생산성 혁신의 중심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있다. 디지털 트윈은 조선소 야드와 선박의 물리적 형상은 물론 기능과 성능, 특성까지 모두 반영한 3차원 모델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설계와 공정 운영 방안을 도출한다는 설명이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작업자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기선 회장
정기선 회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HD현대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요소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와 함께 선박 설계부터 생산, 운용, 폐선까지 전 생애주기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차세대 생산·설계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 오는 2028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최신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디지털 트윈을 HD현대삼호 조선소에 적용하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6’ 현장에서 HD현대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선박의 볼트, 너트 하나하나 전부 다 반영돼 있다. 실제 선박 사이즈를 디지털 트윈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엄청나다”며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SMR·암모니아 에너지 대전환 주도

변화를 이끄는 다른 한 축은 ‘에너지 대전환’이다. HD현대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신기술을 개발하며 미래 해양 에너지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대표적이다. HD현대는 2022년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의 핵심 설비를 제작 및 공급하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9월에는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발표했다.

SMR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도 구체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6월 그리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 2026’에서 영국 로이드선급(LR)에서 SMR 추진 자동차운반선(PCTC) 개념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받았다. 이 선박에는 용융염원자로 기술이 적용됐다. 용융염이란 액체로 녹인 소금이다. 연료 걱정 없이 장거리를 고속으로 운항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기존 저탄소 가스선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진화시키고 있다. 지난 9월 태국 ‘가스텍 2026’에서 3탱크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을 선보였다. 통상 4개이던 화물창에서 단열 격벽 하나를 없앴다. 선박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적재 용량을 2800㎡ 추가 확보했다. 해당 설계는 노르웨이 선사 BW LNG가 발주한 선박 4척에 적용돼 2028년부터 인도된다.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분야에서도 앞서 나갔다.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건조해 명명식을 열었다. 암모니아 누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감지 장치와 배출 회수 장치 등 방재 기술을 적용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