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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범죄를 법 심판대로…노벨평화상에 나비 필라이
남아공 최초 유색인종 女변호사
집단학살 등 국제법 처벌에 기여
"앞으로도 정의 실현 위해 노력"
집단학살 등 국제법 처벌에 기여
"앞으로도 정의 실현 위해 노력"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9일 오슬로 노벨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필라이 재판관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후보에 오른 개인과 단체는 각각 208명, 79곳이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필라이 재판관에 대해 “법조계의 위대한 개척자”라며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집단학살이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194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필라이 재판관은 인종격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 아래 차별과 빈곤을 겪으며 성장했다. 1967년 남아공 나탈주에서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남아공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변호사였다. 이후 30년 넘게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를 변호하며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도 지냈다. 특히 성폭행을 집단학살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역사적 판례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2008년부터는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맡아 여성과 소수자 권리 보호, 인종차별 철폐 등에 힘썼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관한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를 조사했다. 현재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의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에서 임시 재판관을 맡고 있다.
필라이 재판관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107번째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이날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는 필라이 재판관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이 담겼다. 필라이 재판관은 “내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인데, 그 보고서에 대한 주요 반응은 내 용기에 대한 찬사였다”며 “진실을 말하는 데 왜 용기가 필요한지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해석하고 사실을 살펴 공정하게 판단하면 된다”며 앞으로도 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노벨평화상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상하지 못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