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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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연 4%대에 고착화하고 있다. 국채 입찰에서는 양호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지만 유통시장에서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한 불신과 해외 채권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6일 장중 연 4.250%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8일 재무성이 실시한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응찰액을 낙찰액으로 나눈 응찰 배율이 3.88배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가격과 최저 낙찰가격의 차이도 전월 28전에서 16전으로 줄어드는 등 입찰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입찰 결과 발표 이후 유통시장에서 30년물 국채금리는 오전 연 4.175%에서 오후 연 4.185%로 오히려 상승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이후 매수세가 지속되지 않는 현상이 최근 몇 달간 반복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정책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5일 소신표명 연설에서 시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핵심 정책인 '책임 있는 적극재정'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소비세 감세와 방위비 증액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미국의 엔화 약세 시정 압박을 고려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통화긴축과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는 셈이다.

재정 악화와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주는 3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 격차는 최근 2.2%포인트대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 8월 말 이후 축소되던 금리 격차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으면서 시장의 재정 불안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채권시장의 불안도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국채시장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채권 매도세가 일본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초장기 국채금리의 하락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경제로 전환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당시와 달리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일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매수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높은 금리에도 기관투자가들의 태도는 신중하다. 다이도생명보험의 아사노 고지 운용기획부장은 4%를 웃도는 수익률에 대해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수준"이라면서도 해외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일본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이 앞으로 마련할 2027회계연도 예산안과 국채 발행계획이 향후 금리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세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면서도 국채 발행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