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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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3분기 한국 기업 중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금리와 수급 부담에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실적 개선을 예상하면서도 주가가 반등하려면 메모리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호실적에도 약세…금리·수급에 호황 지속성 우려까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42% 내린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2.44% 하락한 168만1000원에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사흘 연속 하락했다.

고점과의 격차도 크다.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연중 고점인 지난 6월18일 36만2500원보다 27.72% 낮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22일 기록한 최고 종가 291만9000원보다 42.41%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였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26.6%, 782.5% 증가했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기록적인 이익 규모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발표 직전 시장의 영업이익 눈높이는 106조3101억원이었다. 실제 실적은 이를 약 1.0% 웃돌았다. 실적 증가 자체에 더해 앞으로도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상승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간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5.36%, 30년물은 연 5.73%대까지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15% 떨어졌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옵션 만기와 상장지수펀드(ETF)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도 겹쳤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ETF 7종이 이날 자산 재조정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에서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적과 주가 사이의 간극은 메모리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은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하면 호황이 정점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증권가는 가격이 이전보다 천천히 오르더라도 높은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여전히 시장의 예상보다 강하지만, 시장의 시선과 실제 업황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격 상승률 둔화를 사이클 정점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 2028년 공급 증가와 AI 수요 파괴에 대한 우려가 반복되며 주가는 실적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 77조 전망…내년 100조 분기도 기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기대도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98조5258억원, 영업이익은 77조1682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3.0%, 577.9%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별로는 대신증권이 영업이익 78조원, 유진투자증권이 75조7000억원, IBK투자증권이 75조1000억원을 예상했다. 원화 강세를 반영해 전망치를 낮춘 곳도 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뒷받침한다는 판단이 공통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77.4%로 전분기보다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범용 D램(휘발성 메모리)의 평균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22% 오르고, 낸드(비휘발성 메모리)도 기업용 저장장치 수요에 힘입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손 연구원은 "내년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은 공급업체에 유리한 환경에서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닉스의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1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 증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 4분기 89조5000억원, 내년 1분기 10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454조1000억원이다.

공급 확대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늘려도 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실제 생산을 늘리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생산이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고객들은 당장의 원가 부담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426조원에서 449조원으로 제시했다.

주주환원도 하이닉스의 주가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혔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최소 90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집행 중인 자사주 매입 외에 4분기 추가 매입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집행 중인 40조원 외에 4분기 중에 추가로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된 국면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기대 여전…실적 개선·주주환원에 주목

삼성전자 역시 이번 실적이 정점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약 4% 높인 532조원으로 제시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인상 사이클이 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D램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40% 오르고, 분기별 가격 상승도 내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HBM 경쟁력 개선과 스마트폰 사업의 손실 부담 완화도 실적 전망에 반영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수요가 구체화되면서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투자자의 확신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재평가의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서 이익 성장의 가속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