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선우용여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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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엔 비싼 거 먹어야 돼요. 내가 나한테 해주는 거야." 배우 선우용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에서 제작진이 선우용여가 먹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그릭요거트 가격에 놀라움을 표하자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신선한 식재료와 올리브오일, 현미 파스타 면 등을 소개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선우용여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선우용여 유튜브 영상 캡처
선우용여의 냉장고는 자신을 위해 지갑을 적극적으로 여는 '시니어 소비'의 한 단면이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성향의 '액티브 시니어'를 공략하기 위해 단백질 식품과 맞춤형 영양식은 물론 프리미엄 여행, 문화 프로그램까지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1990년대 청년들, 이제 소비력 갖춘 중장년

5060세대 상당수는 199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브랜드와 취향 중심으로 소비하던 경험을 가진 세대가 중장년층이 된 것.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소비 대상이 전통적인 '노인용 상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층도 구매하는 상품을 선택하면서 건강과 편의, 자신이 즐기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 규모 확대는 최신 카드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카드가 올해 6월 발표한 개인 신용·체크카드 이용 분석에 따르면 2025년 50대 이상 고객의 카드 이용금액은 2019년보다 66%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객은 143% 늘어 전체 고객 증가율인 34%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고객 수는 각각 46%, 102% 증가했다. 고령 고객의 유입과 이용금액 확대가 함께 나타난 것이다.

축적한 자산이 소비 기반.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5161만원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지난 1일 발표된 '2026 고령자 통계'에서도 지난해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9279만원으로 전년보다 2685만원 증가했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1.6%에 달한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규모가 커지는 고령 소비자 가운데 구매력을 갖춘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단백·저당·맞춤형…건강한 한 끼 경쟁

식품업계는 건강 관리와 섭취 편의를 결합한 제품을 늘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 사내벤처 브랜드 '얼티브'를 통해 식물성 원료 기반의 균형영양식과 당뇨영양식을 선보였다. 영양 보충이 필요한 환자와 혈당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구분하고, 구수한맛·흑임자맛·호두맛·고구마맛 등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오즈키친' 고단백 현미죽 2종을 출시했다. 현미영양닭죽에는 단백질 20g과 식이섬유 10g, 현미쇠고기죽에는 단백질 19g과 식이섬유 9g을 담았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파우치 형태로 영양과 편의를 함께 내세웠다. 올해 1월에는 기업 간 거래(B2B) 부문을 중심으로 케어푸드 브랜드 '오늘케어'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단백질 제품도 분말 보충제에서 음료와 간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올해 8월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가 출시 5년7개월 만에 누적 매출 6000억원을 넘겼으며, 연내 누적 매출 7000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스틱·파우치·바로 마시는 음료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며 중장년층부터 젊은 소비자까지 공략하고 있다.

다만 일반 고단백 식품과 환자용 영양식은 구매 목적이 다르다. 선우용여처럼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소비자부터 질환에 맞춘 식단이 필요한 소비자까지 수요가 세분되는 만큼, 시니어 식품 시장에서도 연령보다 건강 상태와 생활 방식에 맞춘 제품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송 시간까지 바꿨다…시니어 생활에 맞춘 판매

홈쇼핑은 시니어의 생활 시간에 맞춰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5~8월 생방송 시작 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 앞당긴 오전 5시로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오전 5~7시 구매 고객의 약 80%가 60대 이상이었고, 오전 5시부터 주문량이 이전 시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을 반영했다. 해당 시간대 편성 상품의 절반 이상을 건강식품으로 구성하고 스포츠용품과 기능성 침구 등도 배치했다.

상품 할인에 건강 관리 서비스를 결합하는 전략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24년 유료 멤버십 '엘클럽'에 상급종합병원 예약 지원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NS홈쇼핑은 올해 2월 NHN와플랫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니어 맞춤형 쇼핑과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계하기로 했다. 상품 판매를 넘어 일상에서 접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1300만원 여행도 완판…먹거리 넘어 경험 소비

'나를 위한 소비'는 여행과 문화생활에서도 나타난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초 1300만원대 프랑스 비즈니스 패키지를 선보여 완판했다.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과 미식 일정, 소규모 이동 코스 등을 결합한 상품이었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4월 프리미엄 여행 매출이 2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구매자의 연령별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니어를 겨냥해 고가 여행 상품을 확대하는 업계의 방향을 보여준다.

백화점은 문화·교육 공간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본점 아카데미를 이전하면서 면적을 기존보다 50% 확대하고 K-컬처 강좌를 30% 늘렸다. 본점 수강생 중 60대 이상 비중이 전 점포 평균인 10%의 두 배 이상인 점을 고려해 시니어 맞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VIP 수강생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특성을 반영해 전용 공간 '신세계 살롱'도 신설했다.

시니어의 소비 영향력 확대는 유통업체가 상품과 판매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영양과 맛, 섭취 편의를 결합하고 홈쇼핑은 방송 시간과 건강 서비스를 조정하며 백화점은 배움과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식이다. 관전 포인트는 연령 집단 안에서 서로 다른 취향과 건강 상태, 지출 여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하느냐다. '시니어용'이라는 이름보다 소비자가 기꺼이 돈을 쓸 만한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반복 구매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시니어 세대는 유튜브와 모바일 사용이 젊은 세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보이스피싱 범죄와 정보기술(IT) 기기 사용 등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들의 세대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반복 구매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