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질문 방법·조건 설정 등
활용 노하우 대가없이 가져가나"
기업의 사용 범위도 법적 쟁점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실제 사용한 프롬프트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I를 이용해 문제를 풀어낼 실전 역량을 확인한다는 이유에서다. 구직자 사이에서는 “지식재산권 성격이 있는 개인의 AI 활용 노하우까지 기업에 제출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자소서 넘어 ‘AI 활용법’ 검증
7일 업계에 따르면 2027년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 중인 삼천리는 자기소개서에 ‘수업·일상생활 등에서 AI를 활용해 성과를 달성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면서 실제 사용한 AI 프롬프트 화면 전체를 캡처해 증빙자료로 첨부하도록 했다. 지난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는 없던 요구 사항이다. AI 프롬프트는 생성형 AI에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입력하는 지시, 질문, 조건 등을 말한다.
지원자의 AI 활용 과정을 들여다보는 채용 방식은 다른 기업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올해 초 체험형 인턴 채용에서 ‘AI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쓰도록 하면서 프롬프트와 AI가 처음 내놓은 응답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스타트업과 개발 직군 채용에서도 지원자의 프롬프트 활용 방식을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핀테크 업체 B사는 최근 경력 7년 이상 과장급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AI 프롬프트 설계 방법을 담은 개발 사례를 제출하면 가점을 주기로 공고에 명시했다.
기업 사이에서 지원자의 AI 활용 과정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자기소개서의 변별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험과 기업 정보 등을 입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어 완성된 글만으로 지원자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취준생은 ‘울며 겨자 먹기’
취업준비생은 프롬프트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채용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프롬프트에 개인이 축적한 문제 해결 방식과 업무 노하우,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 이를 일종의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 관리 직무 구직자 정모씨(31)는 “과거 사업 아이디어를 채용 과제로 요구해 논란이 된 ‘취준생 과제 갑질’과 다르지 않다”며 “기업이 취준생의 역량과 노하우를 대가 없이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달라진 채용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구직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AI 프롬프트 설계 역량을 쌓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AI 프롬프트 활용능력시험 ‘AI POT’ 접수자는 출시 첫해인 2024년 1309명에서 올해 1~9월 8759명으로 늘었다. 상명대도 지난 2~3일 취업캠프에서 생성형 AI 프롬프트 작성 강의를 진행했다.
프롬프트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는 쟁점으로 꼽힌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기업이 구직자에게 채용서류와 관련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기업에 귀속시키는 데 동의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구체적인 단어 선택과 문장 구조, 스타일 등 창작적 표현이 담긴 프롬프트는 저작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I 프롬프트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렬 노무법인 온결 대표노무사는 “기업이 지원자의 프롬프트와 아이디어를 활용하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이미 보유한 아이디어인지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워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는 한국경제신문 사회부에서 사건·사고와 날씨, 사회 트렌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현상과 여론을 짚어보는 [진영기의 커뮤 레이더] 연재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이상한 현상, 억울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직접 제보할 수 있습니다.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https://open.kakao.com/o/s4ryKX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