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경남 남해군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 사진=한경DB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경남 남해군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 사진=한경DB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에 선심성 지원, 기반시설 예산 등을 집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선 향후 기본소득 확대를 위한 정책 평가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과장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한 17개 군에서 농림축산품부가 1인당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예산 외에 인공지능(AI) 콜버스, 빈집은행, 청년농촌보금자리 등 각종 사업으로 올해 2361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제도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지에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농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연계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농촌공간정비, 농촌중심지활성화,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 등 대규모 국비가 투입되는 기반시설 사업지 선정에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은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 밖에 빈집은행(실태조사, 거래활성화), 농촌아이돌봄지원 사업에도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를 '우선 선정'하고, 농어촌빈집정비지원은 '우대 배정'하도록 명시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수요맞춤형 교통모델(콜버스) 실증사업도 기본소득 제공 지역을 우선 대상지로 하도록 했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17개 군 중에서도 지역에 따라 지원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지 가운데 올해 투입 예산 상위 지역은 전남 신안군 289억 원, 전북 순창군 238억 원, 충북 보은군 225억 원, 전남 보성군 200억원 등 일부 지역이 다수를 차지했다. 경북 영양군은 63억원 경남 남해군은 41억원, 강원도 화천군은 24억원 등으로 하위권에 들었다.

의원실이 농식품부에 “기본소득 자체 정책 효과와 수천억 원대 다른 정부 지원의 효과를 어떻게 분리해 성과를 평가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농식품부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협업하여 분야별 성과를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 사진=한경DB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 사진=한경DB
강승규 의원은 정부가 사실상 기본소득과 타 예산 투입 효과를 분리해 측정할 객관적 평가 방법론이 없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강 의원은 “수천억 원대 기반시설 예산을 쏟아붓고 이를 기본소득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것은 명백한 사기극”이라며 “대통령의 '기본사회'라는 이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예산과 공모사업을 사유화하고 성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