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미술관에 시왕도 전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시왕도 전시 현수막이 걸려 있다.
600여 년 전 고려 사람들이 사후세계를 그린 그림 '시왕도' 열 폭이 6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오는 11일(현지시간) 특별전 '지옥의 시왕: 중세 한국의 사후 세계'를 개막한다고 6일 밝혔다. 흩어져 있던 시왕도 열 폭을 비롯해 한국·일본·미국·영국에서 모은 저승 관련 작품 100여 점이 나온다.

시왕은 고려와 조선시대 사람들이 믿었던 '시왕 신앙'에 등장하는 저승의 왕 열 명을 뜻한다. 염라대왕은 이 중 다섯 번째 왕이다. 시왕도는 이 왕들을 한 폭에 한 명씩 그린 그림이다.

600여년 전 고려 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이 전세계로 흩어지기 시작한 건 60여년 전이다. 일본에서 활동한 미국인 미술상 해리 패커드(1914~1991)는 이 작품을 갖고 있다가 1960년대부터 한두 폭씩 낱장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섯 폭은 생전 팔렸고, 남은 네 폭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92년 경매에 나왔다. 지금은 하버드대 미술관과 호놀룰루미술관, 덴버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 일본 군마현립근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이 나눠 갖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다섯째 염라왕과 여덟째 평등왕, 열째 오도전륜왕이다.
시왕도 중 네번째 오관왕.
시왕도 중 네번째 오관왕.
시왕도 중 세번째 그림.
시왕도 중 세번째 그림.
이 중 셋째 송제왕은 지난 50여년 간 행방이 묘연했다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지난해 군마현립근대미술관에서 발견됐다. 그림과 함께 일본 미술사학자 와키모토 라쿠시켄(1883~1963)이 남긴 메모도 나왔다. "19세기에는 시왕도 열 폭이 일본 나고야의 한 절에 보관돼 있었는데, 메이지 정부의 불교 억압으로 절 살림이 어려워지자 팔려 나갔다"는 내용이다.

전시는 죽음에서 저승의 심판을 거쳐 극락에 이르는 길을 세 구역으로 나눠 보여 준다. 고려 시대 불화와 공예품에 아니카 이, 박찬경, 서도호 등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더했다. 기획은 임수아 클리블랜드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가 맡았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미국 프린스턴대 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도'.
이번 전시에 나오는 미국 프린스턴대 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도'.
시왕도 중 셋째 폭은 11월까지만 걸린다. 12월 1일 작품 교체 뒤에는 현대미술가 갈라 포라스-김이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작품이 그 자리를 채운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