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걸린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5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걸린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까지 열리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엄정 대응을 요청했고, 유해진 측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 장관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경찰청 등 관계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라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기자 개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 공포를 조장하고 위해를 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올린 게시글. SNS 엑스 캡처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올린 게시글. SNS 엑스 캡처
논란이 된 영화인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와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육 여사가 맞아 사망했다는 당국의 결론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은 역사 왜곡 논란을 야기했다. 영화가 중앙정보부가 정세 전환을 위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판은 출연 배우에 대한 위협과 배우가 광고하는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배우 유해진의 서울 성북구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영 중단과 제작진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이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5일 SNS를 통해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배우 개인을 겨냥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화계도 목소리를 냈다. 영화인연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작품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비평과 토론,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의견을 밝힐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이 개인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유해진. 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유해진. 연합뉴스
정치권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일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이 영화를 두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역사 왜곡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역사 비판은 기록과 검증의 몫이고, 영화 비판은 비평과 관객의 몫"이라며 "정치가 나서서 배우까지 탓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논란 속에서도 영화의 흥행세는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지난 4일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일일 관객 수 1위에 올랐다. 주간 기준으로도 지난달 23일 개봉 후 2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4일 기준 223만여 명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