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시의회  본회의장. 한경DB
충남 천안시시의회 본회의장. 한경DB
충남 천안시의회·아산시의회 의원의 절반 이상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전체 의원 5명 중 1명은 3채 이상을 보유했고, 한 의원은 무려 아파트 17채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개발과 도시계획 등 부동산 관련 정보를 다루는 상임위원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의정활동과 사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천안아산경실련)은 공직윤리시스템에 공개된 재산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안시의원 29명과 아산시의원 17명 등 46명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42명이며 이 중 22명(52.4%)이 2채 이상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의원 본인과 배우자로, 부모와 자녀 재산은 제외했다.

◇3주택 이상 신고가액 139억원


가장 많은 주택을 신고한 의원은 천안시의회 무소속 장혁 의원으로 아파트 17채를 보유했다. 신고가액은 40억7960만원이다. 천안아산경실련의 주택보유현황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장 의원은 2024년 16채에서 올해 17채로 늘었고 신고가액도 36억8800만원에서 40억7900여만원으로 증가했다. 3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천안시의회 7명, 아산시의회 2명 등 9명으로 주택을 보유한 천안 및 아산시의회 전체 의원의 21.4%로 집계됐다. 천안시의회에서는 장혁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장래홍 의원이 6채를 신고했다. 국민의힘 김연정·이교희 의원은 각각 4채, 국민의힘 노종관·김영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류제국 의원은 각각 3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시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민경 의원이 4채, 국민의힘 김은아 의원이 3채를 신고했다.

이들 9명이 신고한 주택가액은 약 139억원에 달했다. 천안시의회에서 3채 이상을 보유한 의원 7명이 가진 주택은 모두 40채로 신고가액 합계가 약 126억7000만원이었다. 이는 천안시의원 전체 신고 주택가액의 약 68%에 해당한다. 아산시의회 위민경·김은아 의원의 주택 신고가액은 약 12억5000만원이다. 김은아 의원은 2024년 6채에서 올해 3채로 줄었다.

천안·아산시의원들이 신고한 주택은 모두 94채였다. 이 중 아파트가 62채로 약 66%를 차지했다. 천안시의원 보유 주택은 관내 51채, 관외 14채였고 아산시의원은 관내 22채, 관외 7채였다. 관외 주택은 천안과 아산을 비롯해 광명, 평택, 홍천, 전주, 서울, 밀양 등에 분포했다.

◇경실련, 이해충돌 차단 제도화 촉구


천안아산경실련은 다주택 보유 자체를 위법이나 투기로 단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의원이 지역개발과 도시계획, 재개발·재건축, 도로 확충 등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에 직·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의정활동과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 의원을 주택정책과 개발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배정을 제한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개별 안건에 대해 회피·제척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상임위원회 배정 단계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토지·주택·도시계획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에게는 재산가액뿐 아니라 주택 취득 경위와 자금 출처, 매매 목적, 실거주 여부 등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고가액 중심의 재산 공개를 실거래가 중심으로 바꾸고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세부 정보도 공개해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 거부 요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현재 PDF 형태로 공개되는 재산등록 자료를 엑셀·CSV 등 기계판독이 가능한 형식으로 전환해 시민사회의 검증과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준 천안아산경실련 대표는 “이번 조사는 지방의원의 주택 보유 실태와 재산공개 제도의 한계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주택 보유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부동산 관련 의정활동과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