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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내한 무대 닷새 앞두고 영면…韓 메조소프라노 최초 유럽 진출 김청자 별세
향년 82세…한예종 등에서 후학 양성
말라위 제자들, 한예종 국비 유학생으로 성장
제자들 “노래 넘어 예술가로 사는 태도 가르친 스승”
아들 다니엘 글라첼, 10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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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노래 넘어 예술가로 사는 태도 가르친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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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제자들에 따르면 고인은 암 투병 끝에 경기 용인시 성루카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2022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와 요양을 이어왔다. 제자들은 그를 노래하는 법뿐 아니라 예술가로 살아가는 태도까지 일러준 스승으로 기억했다.
고인이 2010년까지 재직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소프라노 이지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제자들에게는 노래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신 분"이라며 "지금의 저희가 있게 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예종 예비학교에서 고인을 처음 만나 대학 졸업 때까지 5년간 배웠다는 그는 스승의 엄격함을 떠올렸다. 유럽의 음악과 문화를 몸으로 익힌 스승은 한국에서 공부하던 제자들에게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가르쳤다고 했다.
가르침은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다. 옷차림과 음악적 소양부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예술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까지 일러줬다. 이지혜는 "항상 전방위적으로 예술가의 몸가짐과 자세를 중요하게 말씀하시고, 스스로 보여주셨다"고 회고했다.
1944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3년 독일로 건너갔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도 음악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레오폴트 모차르트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공부했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1970년 스위스 베른에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베른오페라단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후 독일 카를스루에와 뒤셀도르프 등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뉴욕,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등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국내에서는 1973~1978년까지 중앙대와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연주 활동을 이어가다 1994년 귀국했다. 이후 2010년까지 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이지혜를 비롯해 윤정란, 장유리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고인은 자신에게 직접 수업을 듣지 못한 후배들에게도 책으로 배움의 길을 열어줬다. 고인이 독일어 가사를 번역하고 편집한 '독일 가곡 181곡집(세광음악출판사)'은 성악도들이 방대한 독일 가곡의 세계에 다가가는 길잡이가 됐다. 악보와 함께 가사의 뜻을 익히며 작품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작업이었다.
2010년 정년퇴임 후 고인이 향한 곳은 아프리카 말라위였다. 현지 아이들을 돌보며 성악과 악기 연주, 음악이론을 가르쳤고 우물을 마련하는 일에도 힘을 보탰다. 이지혜는 "선생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프리카로 가셨다"라며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한국으로 유학도 보내셨다"고 말했다.
한예종도 고인의 활동을 뒷받침했다. 2011년 음악원 학생 7명을 예술봉사단으로 처음 파견한 데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말라위를 찾아 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음악뿐 아니라 무용과 영상, 미술 등 여러 분야의 배움을 나눴다. 퇴임 후에도 고인과 학교의 인연은 말라위의 교실에서 이어졌다.
루수빌로 음악센터 학생들로 구성된 루수빌로 밴드는 2012년 말라위 전국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4년 10월에는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희망을 노래하라'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한예종에 유학 중이던 세 명도 모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재즈와 아프리카 음악을 선보였다.
배움은 다시 말라위로 돌아갔다. 이지혜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제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음악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선생님이 만들어 놓으신 음악학교를 그 아이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인은 2014년 펴낸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에 음악가로 살아온 시간과 말라위에서의 삶을 담았다.
고인의 아들 다니엘 글라첼도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로, 11인조 재즈 앙상블 '안드로메다 메가 익스프레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고인은 아들의 한국 공연을 애타게 기다렸다. 제자 이지혜는 "글라첼이 편찮은 어머니를 위해 일찍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라며 "선생님께서는 생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꼭 아들의 내한 공연을 보러 가기를 희망하셨다"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미사는 8일 서울 개포동성당에서 거행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