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가인권위원회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인천의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입원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병원장을 6일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의료진이 없는 병동을 상시 운영하고 장기간 환자를 잠금 병실에 가두는 등 환자 관리 전반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6일 인권위는 인천의 한 정신의료기관을 직권조사한 뒤 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감금,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의 혐의로 중수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도 격리·강박 절차 위반한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의 장기간 격리를 감금죄로 판단해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5조는 진정을 조사한 결과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수청장에게 해당 내용을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는 지난 7월 2일 식사 부실 제공과 외부 교통권 제한 관련 진정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불시에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권위는 보호실이 아닌 장소에서 환자를 강박하고 일부 병실에 잠금장치를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가 많고 인권침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같은 달 16일 직권조사에 착수했고, 22~24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입원환자 4명이 잇따라 숨졌다. 지적장애와 조현병을 앓던 한 환자는 다른 환자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다는 이유로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서 325일간 생활하다 질식사했다.

치매 환자와 조현병 환자도 의료인이 없는 시간대에 각각 심정지와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컵라면을 먹던 중 기도가 막혔지만 당시 병동에 직원이 없어 다른 입원환자가 먼저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법을 시행했다. 해당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숨졌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인권위는 병원이 병동을 부실하게 관리한 탓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일부 병동은 종일 의료인 없이 운영됐고, 야간에는 병원 전체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만 배치돼 응급상황 발생 시 환자 상태를 제때 발견하거나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불법적인 격리와 강박 행위도 확인됐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한 환자는 다른 환자의 커피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200일 동안 잠금 병실에 격리됐다. 인력이 부족할 때는 병원 직원이 다른 입원환자들에게 환자를 제압하거나 결박하는 일을 돕도록 한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장기간 잠금 병실에 격리한 행위가 치료 목적의 일시적 격리를 넘어 사실상 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료인이 아닌 입원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제압·결박을 돕도록 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환자들의 외부 소통도 제한됐다. 병원은 8개 폐쇄병동 가운데 4곳에만 공중전화를 설치하고 입원환자의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했다. 전화 사용도 병동별로 요일을 정해 일주일에 한 차례만 허용했다.

인권위는 병원장 등을 형사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할 보건소에 영업정지나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유로 정신의료기관에 이 같은 행정처분 검토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