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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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메모리 업계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전기가 부족해 AI 설비를 가동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주문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경고다. 엔비디아·브로드컴보다 메모리·광통신 등 주변 부품업체가 재고 차질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오는 2028년까지 32기가와트(GW)의 순전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체 발전·연료전지 등 추가 전력 확보 방안을 반영해도 필요한 전력 대비 34%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전력 병목이 엔비디아·브로드컴의 내년 실적 전망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하진 않았다. 이들 두 업체는 반도체가 어디에 배치될지 파악하고 있는 데다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공급망 간 조율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로이터는 "칩을 실제로 배치할 수 없다면 고객사는 인도를 늦추거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고 메모리·광통신·전력관리·아날로그 부품이 재고 차질에 가장 크게 노출된다"고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전했다. AI 투자 확대가 모든 반도체 업체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력 수요 전망도 높아졌다. 블록스페이스는 지난달 21일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2028년까지 추가 전력 수요가 97GW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전 전망치인 68GW보다 약 43% 늘었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21GW와 이용 가능하거나 계약할 수 있는 전력망 용량 19GW를 빼면 부족분은 57GW다. 종전 전망(38GW)보다 크게 불어났다.

모건스탠리는 현장 발전·연료전지·가동 중인 원전 부지 활용 등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24GW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대책별 실현 가능성에 가중치를 적용한 값이다. 부족분을 모두 메우기엔 모자라는 수준이다.

전력 수요 증가 배경으로는 칩 출하 전망치 상향, 8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서버에서 랙 단위 통합 시스템으로의 전환 등이 꼽힌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랙 전력 가정은 149킬로와트(kW)에서 234kW로, '루빈 울트라'는 415kW에서 600kW로 높아졌다. GPU뿐 아니라 메모리·네트워크·전력 공급·액체 냉각을 포함한 수치다. 루빈 울트라의 가속기 포함 전체 시설 비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추산됐다.

효율 개선도 전력 수요 증가를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건스탠리는 2025~2028년 전력당 토큰 생산량이 약 6배, 칩당 생산량은 약 15배로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위당 비용 하락이 AI 사용 확대로 이어져 전체 전력 소비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민 반발도 변수다. 빅테크들은 에너지 비용 부담 등을 담은 지역사회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다음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데 따른 대응이란 관측이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는 감사가 끝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경고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잠재적 위험이 될지도 관심사다. 모건스탠리가 이들 두 회사의 실적을 직접 전망한 것은 아니지만 메모리 업체 주문 지연·재고 차질 가능성을 경고해서다. AI 수요뿐 아니라 고객사의 전력 확보·설비 가동 시점, 주민 반발 등이 메모리 호황 속 변수로 떠올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