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12단지와 13단지 전경. 사진=한경DB
목동 12단지와 13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약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서울 목동 재건축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의 단독응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장설명회에 여러 건설사가 참석해도 실제 입찰에는 한 곳만 남는 사례가 줄을 이었습니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경쟁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려 한 결과란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사업장을 나눠 맡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느끼고 있습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일 목동12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공고금액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약 1조7888억원입니다. 두 차례 유찰 이후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됐습니다. 최종 시공사 선정은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목동12단지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목동6단지는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한 뒤 지난 6월 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10단지는 현대건설이 두 차례 단독응찰한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13단지에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습니다. 8단지의 첫 입찰에도 대우건설만 응찰했습니다.

현장설명회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10단지에는 6개사, 13단지에는 5개사가 참석했습니다. 12단지와 8단지에도 각각 4개사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DL이앤씨는 6단지, 대우건설은 8단지, 현대건설은 10단지, GS건설은 12단지, 삼성물산은 13단지에 각각 집중하는 구도가 나타났습니다. 목동 14개 단지의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기대했던 대형사 간 맞대결은 제한적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배경으로 꼽습니다. 대형 사업장이 한꺼번에 나오는 상황에서 모든 입찰에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승산이 높은 단지에 인력과 비용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입니다.

경쟁입찰에 참여하려면 설계와 금융조건 마련, 홍보 등에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수주에 실패하면 투입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수주하더라도 경쟁 과정에서 약속한 조건이 사업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서 건설사에는 또 다른 부담이 생겼습니다. 각사가 독자적으로 사업성을 판단했더라도 외부에서는 경쟁을 피해 사업장을 나눠 맡는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드러내는 홍보 활동까지 조심스럽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독자적인 선별 수주와 경쟁사 간 합의는 구분됩니다. 각사가 사업성을 검토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 판단입니다. 반면 경쟁사끼리 참여할 사업장을 배분하거나 서로 입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담합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사업자 간 합의와 경쟁제한성입니다. 단독응찰이라는 결과만으로 담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전경 / 사진=한경DB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전경 / 사진=한경DB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 수주가 사라지면서 목동 내에서 대형사들이 수주를 나눠 먹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공정위가 담합으로 본다는 시각이 있어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때문에 공을 들인 단지를 홍보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조합이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릅니다. 복수 건설사가 경쟁해야 설계와 공사비, 금융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단독응찰이 반복되면 비교할 제안이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경쟁사가 나타날 때까지 시공사 선정을 미루기도 쉽지 않습니다.

목동 14개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서입니다. 조합들은 현재의 일정 차이가 향후 이주와 착공 단계에서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다른 단지보다 뒤처지는 데 대한 부담이 사업 속도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목동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원은 "단지별 사업 속도가 지금은 조금씩 차이 나는 정도지만 여기서 밀리기 시작하면 결국 이주 순서에서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입찰에서도 단독응찰이 이어질지 관심을 끕니다. 목동4단지는 지난달 30일 현장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 4개사가 참석했습니다. 공사비는 1조6389억원입니다. 3.3㎡당 1010만원으로 목동 재건축에서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입찰 마감은 오는 11월 16일입니다.

경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사업장도 있습니다. 목동7단지는 지난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연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2550가구를 최고 49층, 4335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입니다. 14단지도 주요 건설사가 관심을 보여온 대형 사업장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