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1명의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현재 공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1명의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현재 공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사법부가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두고 맞서는 사이 대법관 공백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형사사건 상고심 재판은 눈에 띄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진보당 손솔 의원실에 제출한 '대법원 재판 평균 소요 기간' 자료에는 올해 6월 기준 형사공판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은 3.4개월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2.5~2.6개월보다 한 달 가까이 길어졌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쌓인 사건도 불어났다.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형사 미제는 2024년 말 5512건이었으나 지난해 말 1만786건이 됐고, 올해 6월 말에는 1만2891건으로 집계됐다. 접수된 지 1년 이내인 미제만 보면 지난해 1993건에서 올해 5504건으로 크게 늘었다.

형사 상고심 접수는 2023년 2만1102건, 2024년 2만4889건, 지난해 3만4272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1만6216건이 들어왔다. 민사 상고심은 매년 1만2000여 건이 접수되고 처리에는 평균 4개월 안팎을 유지했다.

대법관 한 명이 처리한 사건 수는 2023년 3305.2건, 2024년 4579.3건, 지난해 4084.1건이었다. 이때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정원 14명이 모두 재직 중이었다.

공석은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생겼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퇴임에 앞서 올해 1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최종 제청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법부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하자,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사유를 설명해 달라며 청와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는 밝혔지만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대법관 공백의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솔 의원은 "대법관 자리가 200일 넘게 비어 있는 가운데, 형사재판은 더 늦어지고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도 늘었다"며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대법원장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