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디언익스프레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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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가 30여초 만에 1만6000피트(약 4.9㎞)를 곤두박질쳤다. 부기장의 공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진 기장이 마지막 힘으로 조종실 문을 열면서 승객과 예비 조종사들이 진입했고 탑승자 174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3일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플라이두바이 1073편을 운항한 인도 국적 스미트 마차르 기장은 지난달 30일 사고 당시 상황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화상 통화에서 공개했다.

항공기는 두바이에서 출발해 텔아비브로 향하던 중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에서 갑자기 급선회한 뒤 두 차례 급강하했다. 가장 가파르게 떨어질 때는 약 30초 동안 1만6000피트 넘게 고도를 잃었다. 초당 하강 거리는 약 166m에 달했다.

마차르 기장은 부기장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채 조종실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항공기를 17년간 몰았고 기장으로 11년을 일해 눈을 감고도 기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항공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마차르 기장은 "이게 마지막 힘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바로 저기 있으니 열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조종실 문의 잠금을 풀었다. 문이 열리자 승객 최소 4명과 승무원들이 조종실로 뛰어들어 부기장을 제압했다.

승객들은 부기장을 조종 장치에서 떼어낸 뒤 이어폰 줄로 묶었다. 당시 항공기에 탑승한 예비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넘겨받기 전에는 항공사고 관련 TV 프로그램을 본 경험이 있던 한 승객이 기체를 안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번이던 플라이두바이 조종사 2명이 조종석에 앉아 항공기를 안정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공항에 비상 착륙시켰다. 기내에 있던 의료진은 크게 다친 마차르 기장을 응급 처치했다.

기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받다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모디 총리와 통화하면서 위기의 순간 힌두교 기도문을 외우며 버텼다고도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는 공격한 오만 국적 부기장의 과거 비행금지 전력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부기장이 과거 급진적 이념 성향에 대한 우려로 오만에서 비행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그는 플라이두바이에 채용돼 보안상 민감한 UAE∼이스라엘 노선에 투입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기장이 이슬람 급진화 과정을 거쳐 승객들을 태운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UAE 이스라엘 대사는 수사를 통해 확정된 범행 동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UAE가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공범이나 배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플라이두바이는 조사 기간 두바이와 텔아비브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 보안 전문가들은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이 기내에 반입된 문제뿐 아니라 과거 비행금지 전력이 있는 인물이 민감 노선의 조종사로 투입된 과정 자체를 중대한 보안 실패로 보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