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SK㈜ 주식 9440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대규모 현금 지급 가능성을 감안해 미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SK㈜는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165만3924주(약 9440억원)를 오는 11월 2일부터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매각이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은 17.8%에서 15.5%로 낮아진다.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줄어든다.

최 회장이 SK㈜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재산분할에 대비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그룹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대로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할 경우 대규모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주가 하락 시 추가 담보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최 회장은 SK㈜ 지분 일부를 먼저 현금화하면서 SK실트론 지분(29.4%)이라는 추가 유동화 자산을 남겨놨다.

최 회장은 SK㈜ 주식 9440억원 가운데 5440억원을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한다. SK는 “투자자가 SK㈜의 사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최 회장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나머지 40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에 3년 만기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매각한다. PRS는 향후 SK㈜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계약 당사자 간 정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당장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해당 지분에 대해서는 3년간 주가 변동에 따른 이해관계를 일부 유지하게 된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4일 재상고했다. 다만 재산분할액 중 7000억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만 대법원에서 다투기로 했다. 이번 SK㈜ 주식 매각 예정액은 파기환송심이 명령한 재산분할액 9440억원과 사실상 같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앞서 재산분할에 필요한 유동성을 선제 확보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