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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최첨단 기술도 결국은 사람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나 역시 오랫동안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뛰어난 인공지능과 더 빠른 컴퓨터, 더 정밀한 장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것들은 지금도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회사를 경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바로 사람이다.
사실 나는 천재적인 개발자도 아니고, 경영과 회계에 통달한 전문가도 아니다. 회사에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사람이 있고, 자동차를 설계하고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도 있다. 안전을 검증하는 사람, 제도를 마련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다지는 사람, 사업을 만들고 현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분야를 놓고 보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대표라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아야 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누구보다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한 대를 혼자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오히려 회사를 이끌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최고인 사람이 서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연결하는 것임을 배워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기술보다 어렵다. 컴퓨터는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지만 사람에게는 각자의 생각과 경험, 자존심과 감정이 있다. 논리적으로 옳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논리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뢰와 믿음이 문제를 해결한다.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각자가 지닌 기술도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지 모르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우리가 만드는 자율주행차 역시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의 한가운데에서 일하는 나는 오히려 반대로 느낄 때가 많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지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기술의 완성도만으로 자율주행차를 구분하기 어려운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사람들의 선택은 단순히 가장 빠르고 똑똑한 기술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고 안심시키며, 삶을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닐까.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최첨단 기술의 마지막 경쟁력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인간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기술에도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