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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알려주지 않는 디테일…29만벌 지하 옷장서 찾다
Cover Story
'옷으로 만든 대도서관' 이랜드 패션연구소
스웨트셔츠 8000점·넥타이 3만점…
드레스·구두도 시대별로 구분해놔
AI 쓰면 수백개 시안 뚝딱 나오지만
무게감·질감은 만져봐야 알 수 있어
아날로그적 공간이 영감 원천인 셈
'옷으로 만든 대도서관' 이랜드 패션연구소
스웨트셔츠 8000점·넥타이 3만점…
드레스·구두도 시대별로 구분해놔
AI 쓰면 수백개 시안 뚝딱 나오지만
무게감·질감은 만져봐야 알 수 있어
아날로그적 공간이 영감 원천인 셈
그들이 ‘행어링’을 하는 이유
오래된 바시티 재킷 한 벌은 빈티지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바시티 재킷 100벌을 연도순으로 늘어놓으면 일종의 시계열 데이터가 된다. 최근 Y2K에 이어 2010년대 스타일까지 다시 소환될 만큼 유행의 회귀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런 자료의 활용도도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패션업계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새롭지 않다. 막스마라의 이탈리아 기업 아카이브 BAI에는 원본 스케치와 패턴, 직물 등이 30만 점 이상 보관돼 있다. 페라가모도 피렌체의 박물관과 아카이브에 신발뿐 아니라 초기 제작 도구와 디자인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다만 이런 럭셔리 하우스의 아카이브가 자사 역사를 축적하는 ‘헤리티지 아카이브’에 가깝다면, 이랜드는 여러 시대와 국가에서 수집한 옷을 실제 상품 개발에 사용하는 ‘리서치 아카이브’ 성격이 강하다.
AI가 알려주지 않는 것
흥미로운 것은 패션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화된 지금도 이런 실물 자료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SNS와 온라인 빈티지숍에는 과거 패션 이미지가 넘쳐나고, AI는 특정 시대와 스타일을 조합한 이미지를 몇 초 만에 뚝딱 생성한다. 하지만 오래된 재킷 한 벌이 얼마나 무거운지,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어느 부분부터 갈라지는지는 사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봉제선을 뒤집어봐야 알 수 있는 정보도 있다. 오래된 데님이 어느 부분부터 닳았고, 니트가 어느 방향으로 늘어났는지에는 시간이 옷에 남긴 흔적까지 담겨 있다.최근 유행의 주기가 짧아지고 여러 시대의 스타일이 동시에 소환되면서 과거 실물을 체계적으로 모아놓은 아카이브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시즌에 팔릴 옷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오늘도 수십 년 전 옷의 지퍼를 열고 봉제선을 뒤집어본다. 이랜드는 마곡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이전에 맞춰 의류 아카이브를 35만 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소람/안혜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