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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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독창적인 영화는 영화사 통 틀어 없었다. 유일무이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겠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만난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13번째 내한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 인사를 건네며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 한국에 와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초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톰 크루즈는 "감독님이 함께하고 싶었는데 못 오셔서 유감을 표현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으며, 감사하다는 말과 사과의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가 들고온 신작 영화 '디거'는 꼰대 괴짜 재벌 '디거 록웰'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들 역대급 대재앙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거장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무려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재난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과 블랙 코미디의 부조리한 웃음, 인간의 탐욕과 책임을 묻는 날카로운 풍자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톰 크루즈는 '디거 록웰'이라는 파격적인 인물을 통해 46년 연기 인생의 방점을 찍는다. 대저택에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며 세계 각지의 시추 시설로 막대한 부를 쌓아온 석유 재벌이다. 옳은 소리를 하는 상대는 무시하는 안하무인이지만, 반려묘에게는 지극한 정성을 쏟는 괴짜다. 그린란드 빙하의 균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빠른 두뇌 회전과 화려한 언변으로 직접 위기를 수습하러 나서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일각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노리고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그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면서,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하든 영화를 항상 만든다는 사실에 비하면 오스카 트로피 같은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영화 작업을 하고 개봉일의 흥분을 느끼며 이야기를 전하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그에겐 영광이고 특권이라고 강조하며 "결국 영화는 관객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인간의 본성을 꼽았다. 그는 "이야기의 백미는 시대를 초월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천외하고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기쁘지만, 모던한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도전적인 메시지와 작은 행동 하나하나의 초월성이 이 이야기 이면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톰 크루즈는 액션이든 어떤 장르든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녹여내고, 관객이 공감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을 하는 게 오랜 꿈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극장이라는 장소에 모여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영화가 주는 다층적 의미와 프로덕션 과정에 대한 열정도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며 자신에게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린다"면서 "영화는 삶을 다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바라는 것은 오스카 같은 상을 넘어 시네마적으로 어떠한 임팩트를 남기느냐,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스토리를 전하느냐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책임을 다 아울러 표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비주얼과 프로덕션 과정에 대한 공도 빼놓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장과 의상, 그리고 그것을 배우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였다고. 톰 크루즈는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엄청난 심사숙고와 세심한 설계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디지털이 아닌 35mm 필름 포맷인 '비스타비전(VistarVision)'을 사용했다. 톰 크루즈는 "아이폰으로 촬영하든 무엇으로 촬영하든 간에 결국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기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철학을 드러냈다. 이어 "의상부터 미술적인 요소까지, 작은 나무 하나도 수천 개의 조각을 일일이 페인팅한 수작업으로 완성했다"며 "인간의 능력이 총집결된 결과물"이라고 감탄했다. 또 "색감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고, 배우가 그것을 온전히 활용해 표현해내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10분 동안 혼자 이끌어가는 롱테이크 모놀로그 연기에 대해서는 그 장면 하나를 위해 정말 수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감독은 세트 디자인부터 캐릭터 개발, 억양 연구에만 몇 년을 썼을 것"이라며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하려면 남다른 역량과 재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그는 춤을 배우고, 음악을 공부하고, 동작을 끊임없이 연습하며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다며 46년간의 배우 생활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완전히 자유로워야 하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유연하게 연주하는 재즈와 같다"고 비유했다. 또 "배우의 몸은 악기이자 도구와 같아 아침에 할 수 있는 연기를 저녁에도 똑같이 신선하게 해낼 수 있도록 목소리까지 일관적으로 유지하며 프레임 안에서 자유롭게 연주해야 한다"고 신념을 전했다.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디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수많은 거장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그는 이냐리투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거론하며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레벨이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예술성을 살려내는 능력, 렌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톤과 매너를 전달하는 방식은 '버드맨'만 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나 또한 평생 편집실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역대급 거장은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타이밍, 리듬감을 타고났다. 사람으로서도 정말 아름다운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46년 동안 일하며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왔지만, 이 정도로 독창적인 영화는 없다"라며 "이렇게 여러분에게 이 작품을 공개할 수 있어 진심으로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온 인류의 운명을 쥔 괴짜 재벌로 파격 변신을 예고한 톰 크루즈의 신작 '디거'는 오는 10월 3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