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드로잉 한자리에… 구하우스미술관 '더 로, 드로잉'
보통 드로잉이라고 하면 습작을 떠올린다. 연필이나 펜으로 쓱쓱 그린, 완성작을 위한 밑그림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드로잉 속에는 작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잘만 모으면 드로잉만으로도 재미있는 전시를 꾸릴 수 있다.

경기 양평 서종면 구하우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더 로, 드로잉(the raw, drawing)'이 그런 전시다. '로(raw)'는 영어로 '날것'이라는 뜻으로, 작가의 아이디어를 드로잉에서 그대로 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작가 18명과 한국 작가 9명의 작품이 나왔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이곳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드로잉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셋 다 판화다. 피카소의 '피카소와 인간 희극(Picasso and the Human Comedy)'(1954)은 광대와 말, 곡예사를 색색의 선 몇 줄로 표현한 그림이다.
거장들의 드로잉 한자리에… 구하우스미술관 '더 로, 드로잉'
리히터의 '블라테케(Blattecke)'(1967)는 독일어로 '종이 귀퉁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리히터가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인데, 이를 사진으로 찍어 잡지처럼 만든 인쇄물이다. 바젤리츠의 '로만티크 I(Romantik I)'(1999)은 금속판에 선을 새겨 찍어 낸 판화다. 드로잉에서도 바젤리츠 특유의 '거꾸로 된 사람' 모양은 여전하다.

여성의 삶을 그려 온 윤석남의 드로잉,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엄마)'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가 만든 판화 묶음 '투게더(Together)'(2005)도 나왔다. 중국 작가 루오 웨이는 작은 그림 30점을 선반 위에 빼곡히 세웠다. 목탄과 연필, 수채 물감으로 사람의 몸과 먼지처럼 작은 것들을 관찰해 그린 작품들에는 작가의 특색이 뚜렷하다.
거장들의 드로잉 한자리에… 구하우스미술관 '더 로, 드로잉'
거장들의 드로잉 한자리에… 구하우스미술관 '더 로, 드로잉'
'국민 화가' 박수근의 작은 그림 '노상(路上)'(1959)도 걸렸다. 1974년 스물세 살의 구정순 관장이 처음 산 작품으로, 구하우스의 시초 격이 되는 그림이다. 상설전과 기획전을 합친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어린이·청소년 8000원. 월요일과 화요일은 쉰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