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급증에 따른 전력 계통 불안정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5년간 원전 가동을 강제로 줄여 입은 손실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받아줄 송배전망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출력 조절이 쉬운 원전부터 가동을 줄인 결과다. 발전 효율이 높은 원전의 가동률은 떨어뜨리고,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는 확대해 국가적 부담을 키우는 기형적인 에너지정책의 단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구조적 허점이다. 원전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전원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원전이 화력발전소와 똑같이 취급받으며 RPS 의무공급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할당받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민간 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지난해 한수원의 REC 구매비용은 1조263억원으로 순이익 1조6374억원의 60%를 넘었다. 한수원의 재무구조 악화는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료 인상 압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 첨단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현실적 대안은 사실상 원전뿐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고 간헐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로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은 원전을 중심축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짜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에 소극적이던 일본은 현재 10%인 원전 비중을 2040년까지 20%로 늘리는 부흥책을 추진 중이다. 탈원전을 추진하던 유럽 국가도 원전 재가동에 속속 나서고 있다.

전력망 부족으로 원전을 세우고 그 손실을 국민 부담으로 돌리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하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RPS 제도 손질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