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사안이 정작 상대국 정상의 입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 많이 아쉽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한 야당을 향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북한군 포로의 국내 입국은 남북 및 한·러시아 관계, 포로 본인과 가족의 신변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인도주의적 원칙과 안보 리스크를 고려해 비공개 기조를 유지한 정부의 신중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을 우리 정부가 아니라 외국 정상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하는 현실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적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송환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구체적인 송환 경로, 시기, 신병 처리 여부 등 세부 사항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대응이 정치적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야당의 문제 제기와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거친 언사로 대응하며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한국행을 요청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 북한군 포로의 입국 사실조차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송환 경위와 정당성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필요한 억측과 정쟁을 잠재우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외교적 메시지 혼선도 수습해 외교 마찰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안보 태세 또한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