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와 생로랑의 다채로운 색감 아우터. 사진=각 사 홈페이지
펜디와 생로랑의 다채로운 색감 아우터. 사진=각 사 홈페이지
검정과 회색 일색이던 아우터 색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웨어로 여겨졌던 바람막이가 일상복 영역으로 파고들면서 보라색, 분홍색, 흰색 등 다채로운 색상과 빈티지한 워싱을 입힌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밝은 색감의 아우터가 수요를 얻으면서 과감한 색상과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슬래커 코어(Slacker Core)’ 트렌드도 맞물려 부상하고 있다.

25일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지난달부터 최근까지(이달 22일 기준) 바람막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가을 시즌 바람막이 제품군에 보라색(퍼플) 등 기존 스포츠웨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색상과 워싱 기법을 적극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뉴발란스 앰버서더 윈터와 함께한 26FW 바람막이 캠페인.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뉴발란스 앰버서더 윈터와 함께한 26FW 바람막이 캠페인.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뉴발란스는 지난달부터 가을·겨울(FW) 바람막이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달 브랜드 앰버서더 윈터와 함께 공개한 ‘더 로우 아이코닉(THE RAW ICONIC)’ 캠페인에서는 퍼플 컬러를 강조했다. 자연스러운 워싱 질감을 적용해 새 옷보다는 오래 입은 옷에 가까운 분위기를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대표 제품인 ‘NB 이스케이프 윈드브레이커’에는 린넨과 비슷한 촉감을 내는 나일론 타슬란 소재를 적용했다. 얇은 이너 위에 단독으로 걸치거나 여러 겹을 겹쳐 입을 수 있도록 해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활용도를 높였다. 김연아가 착용한 여성용 제품 ‘올 데이 후드형 바람막이’도 호평을 얻고 있다.

뉴발란스의 사례처럼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검정·회색·흰색 등 무채색 중심의 옷차림에서 벗어나 색으로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가방이나 신발 등 잡화에 주로 활용됐던 선명한 색상이 최근에는 재킷과 바람막이, 다운 등 아우터와 상·하의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김연아와 함께한 뉴발란스 26FW ‘올데이 바람막이’ 캠페인.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김연아와 함께한 뉴발란스 26FW ‘올데이 바람막이’ 캠페인. 사진=이랜드월드 제공
색상의 변화는 바람막이의 용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등산이나 러닝 등 야외 활동 때 입는 기능성 의류에서 벗어나 출퇴근이나 외출 때도 자연스럽게 입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비비드 컬러뿐 아니라 옷을 완성한 뒤 염색하는 ‘가먼트 다잉’이나 워싱을 활용해 빛바랜 듯한 색감을 낸 제품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슬래커 코어’다. 슬래커는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대충 걸쳐 입은 듯한 헐렁한 실루엣과 빈티지한 색감이 특징이다. 1990년대 그런지와 스트리트, 록 밴드 문화에서 보였던 편안한 옷차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국내 아이돌그룹 코르티스가 빈티지한 바람막이에 목걸이와 선글라스를 매치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SNS에서 화제가 됐다. 편안한 외출복처럼 보이지만 색상과 소재, 액세서리 조합을 치밀하게 계산한 스타일이다.
슬래커 코어와 함께 바이럴된 아이돌그룹 코르티스. 사진=코르티스 인스타그램
슬래커 코어와 함께 바이럴된 아이돌그룹 코르티스. 사진=코르티스 인스타그램
명품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펜디와 생로랑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최근 컬렉션에서 밝은 색상의 윈드브레이커를 잇달아 선보였다. 한때 ‘고프코어’ 열풍을 타고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로 주목받았던 바람막이가 이제는 색상과 실루엣을 앞세운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기능성만 보고 스포츠웨어를 고르기보다 일상복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며 “올가을에는 퍼플 등 선명한 색상과 빈티지한 워싱을 적용한 아우터가 기존 검정 중심 시장의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