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하는 테너 백석종 / 아티스트 제공.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하는 테너 백석종 / 아티스트 제공.
테너 백석종이 '2026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International Opera Awards)'의 올해의 남자 성악가 (Male Singer)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인 성악가가 '올해의 남자 성악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것은 역대 최초다. 올해 이 시상식의 수상자는 11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가 현지시간 23일 발표한 최종 후보 명단에 따르면 백석종은 로런스 브라운리, 클레이 힐리, 존 오스본, 모리스 로빈슨, 게오르크 체펜펠트 등 5명의 성악가와 함께 남자 성악가상 후보로 선정됐다.

후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 테너 로런스 브라운리는 세계적인 벨칸토 가수로 꼽히며 2017년 이 상을 이미 수상한 바 있다. 영국 테너 존 오스본은 로시니와 벨칸토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해왔고, 독일 베이스 게오르크 체펜펠트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비롯한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약중인 가수다.

2012년 영국의 자선사업가 해리 하이먼이 창설한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는 성악가와 지휘자, 연출가, 오페라단, 신작 등 오페라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예술가와 단체를 선정한다. '오페라계의 오스카'로도 불린다.

특히 '남자 성악가' 부문은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가수들이 거쳐 간 상이다. 초대 수상자인 독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2013년)을 비롯해 로런스 브라운리(2017년), 폴란드 테너 피오트르 베찰라(2018년) 등이 수상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바리톤 스테판 드구(2022년), 미국 테너 마이클 스파이어스(2023년), 프랑스 테너 벤저민 베른하임(2024년), 미국 베이스바리톤 니컬러스 브라운리(2025년)가 차례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26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 '남자 성악가' 부문 후보에 오른 테너 백석종 / 아티스트 제공.
2026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 '남자 성악가' 부문 후보에 오른 테너 백석종 / 아티스트 제공.
백석종은 바리톤에서 테너로 성부를 바꾼 독특한 이력의 성악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의 애들러 펠로와 메롤라 오페라 프로그램에서 바리톤으로 활동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테너로 전향했다. 2022년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의 삼손 역으로 테너 데뷔 무대를 치르며 주목받았다.

이후 백석종의 활동 무대는 빠르게 넓어졌다. 2023~2024시즌 베르디 '나부코'의 이스마엘레 역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뒤 '투란도트' 칼라프, '토스카' 카바라도시, '아이다' 라다메스 등을 잇달아 맡았다.

이번 어워즈의 평가 기간인 2025~2026시즌에도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을 누볐다. 시카고 리릭오페라에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투리두로 데뷔했고,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는 베르디 '맥베스'의 맥더프를 처음 노래했다. 뉴욕 메트에서는 푸치니 '나비부인'의 핑커톤으로 무대에 섰으며, 런던 로열오페라에서 '삼손과 데릴라'의 삼손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베를린 도이체오퍼와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는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노래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칼라프 역으로 한국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에 핑커톤 역으로 출연한 테너 백석종 / Met Opera 제공. ⓒEVAN ZIMMERMAN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나비부인'에 핑커톤 역으로 출연한 테너 백석종 / Met Opera 제공. ⓒEVAN ZIMMERMAN
백석종의 상승세는 다음 시즌에도 이어진다. 2026~2027시즌 뉴욕 메트에서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의 딕 존슨을 처음 맡고, '토스카'의 카바라도시와 '아이다'의 라다메스로도 무대에 오른다. 런던 로열오페라에서는 푸치니 '외투'의 루이지를 처음 노래한다.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데뷔도 예정돼 있다.

올해 다른 부문에도 세계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인물과 단체들이 대거 이름을 올랐다. '지휘자' 부문에서는 리카르도 샤이와 요아나 말비츠, 나탈리 슈투츠만 등이 경쟁한다. '오페라(단)' 부문에는 잉글리시 내셔널오페라와 독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프랑스 리옹 오페라와 스페인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반 관객 투표로 결정되는 '독자상' 후보로는 소프라노 리즈 다비드센과 로자 페올라, 리제트 오로페사와 테너 조너선 테텔먼 등이 포함됐다. '세계초연(World Premiere)' 부문에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오페라가 세계 초연한 중국의 황뤼 작곡의 오페라 '몽키 킹'도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에는 한국인 성악가 세 명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다. 테너 김건우가 옥황상제, 바리톤 박주성이 부처, 바리톤 강주원이 동해용왕을 맡았다.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의 역대 한국인 후보로는 지휘자(Conductor) 부문에 정명훈(2019년)과 김은선(2022년), 신인 가수(Young Singer) 부문에 테너 김영우(2023년), 주목할 가수(Rising Star) 부문에 바리톤 김주택(2024년) 등이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