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폭락·평탄화"…부동산 시장 흔든 李 대통령의 말 [청와대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 속도전’ 등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진단과 인식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중이다. 정책 설계자가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대책 마련의 밑바탕이 된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의 시장 진단 발언은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시장 인식이 현실과 괴리돼 현상과 동떨어진 정책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관련 주요 언급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과대평가…일본처럼 될 것(작년 10월)’ → ‘대책이 없다(12월)’ → ‘정부를 이기는 시장 없다(올해 1월)’ → ‘계곡 정비보다 쉽다(1월)’ → ‘지금 시장이 정상인가(2월)’ → ‘투기 조장 세력 다시 활동(4월)’ → ‘구두 개입 안 했으면 엄청 폭등 (6월)’ → ‘전세 감소는 정상화 과정의 일부(7월)’ → ‘집값 폭락 대비해야(8월)’ → ‘일종의 평탄화 작업(9월)’ 등으로 요약된다.
"거품·폭락·평탄화"…부동산 시장 흔든 李 대통령의 말 [청와대는 지금]
① 먼저,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아마 1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집값이 계속 오르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처럼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지나친 집값 급등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② 지난해 12월 5일엔 다소 다른 결의 언급을 내놨다. 당시 충남 천안 타운홀미팅에서 이 대통령은 “제가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구조적 요인이라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도 집값이 상승할 시기였다. 마치 정책 실패를 시사하는 느낌의 발언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감을 잃은 듯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은 적극 공세를 펼쳤다.

③ 그랬던 이 대통령은 올 1월 말부터 자신감을 되찾으며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쏟아냈다. 1월 25일 X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대통령이 ‘폭풍 발언’을 쏟아낸 이후, 각 부처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지만, 이를 기점으로 공세를 취했다.

④ 곧바로 1월 31일 X엔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며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천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적었다. 소위 ‘지지율이 만능’이라는 말이 통하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표 계산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이 회자됐다. 지방 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에 던진 일종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2월에도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은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13일 X에 정책 당위성을 설명하며 “지금 시장이 정상이냐. 지금 정부가 부당하냐”라고 적었다.
"거품·폭락·평탄화"…부동산 시장 흔든 李 대통령의 말 [청와대는 지금]
⑤ 4월 장기보유 특별공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달아오를 때, 이 대통령은 24일 X에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부동산 투기 조장 세력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투기 탈출은 이 나라의 최후 생존 전략”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5월 6일 X에는 집값 상승 예측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인용하며 “부동산 불패? 그런 신화는 없다”고 썼다.

⑥ 이후 6·4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예상치 못하게 오세훈 시장에게 패배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정에 따라 서울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6월 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서울의 주요 의제이고 나름의 상승 압력을 잘 막아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1월부터 소위 말하는 구두 개입을 통해 눌러놓지 않았으면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⑦ 시장을 달궜던 가장 큰 이벤트는 7월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서울 전세 물건이 주는 것을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전세 물량이 부족해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이 만든 논리다. 이것도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고 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입했기 때문에 전세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⑧ 다음 달 30일엔 폭락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X에 한국은행의 고금리 전망을 공유하며 “고금리에 의한 대출 연체,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 가격이 폭락할 경우를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썼다. 주택 매수 심리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나온 폭락 전망이라 시장에 반향이 컸다.

⑨ 이달 18일 기자회견에선 ‘평탄화’를 언급했다. 강남 3구가 약세이면서 동시에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그동안 ‘키 맞추기’, ‘풍선효과’ 등의 용어를 써왔기에 평탄화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일각에선 “당장은 평탄화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22일엔 국토교통부의 공적 주택 공급 발표에 “강남 불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X에 적었다.
"거품·폭락·평탄화"…부동산 시장 흔든 李 대통령의 말 [청와대는 지금]
이 대통령의 폭락 및 평탄화 발언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정책 결정자인 대통령이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상승 전망을 하게 되면 시장 심리에 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 때도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낸 것도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