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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새 축으로 떠오른 원전…'K원전' 美진출 넓어지나
대형원전 8기·최대 1200억弗 투자 검토
두산, 美·韓 노형 모두 주기기 공급 가능
설계·시공·운영 ‘팀코리아’ 수혜 기대
두산, 美·韓 노형 모두 주기기 공급 가능
설계·시공·운영 ‘팀코리아’ 수혜 기대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후속 사업으로 미국 대형 원전 최대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첫 투자 사업으로 보고하고 원전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후속 후보로 제시했다.
최대 1200억弗…원전 8기 검토
원전 사업 규모는 최대 1200억달러로 추산된다. 20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 총액의 약 60%에 해당한다. 첫 투자 사업인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액 223억달러와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건설 노형으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이 함께 거론된다. 현재 AP1000 6기와 APR1400 2기를 짓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최종 구성은 한·미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국내 민간기업 중심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가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은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정체되면서 기자재 공급망과 전문 인력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APR1400을 건설하며 주기기 제작·설계·시공 역량을 꾸준히 쌓았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을 뒷받침할 파트너로 꼽히는 이유다.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을 위한 인허가 기반도 마련돼 있다. APR1400은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미국 외 국가가 개발한 원전이 NRC 설계인증을 받은 첫 사례다.
두산에너빌, 현대건설 등 수혜주 부상
최대 수혜 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주기기를 일괄 제작할 수 있다. APR1400에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터빈발전기 등을 공급한다. 대형 단조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원전 건설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AP1000이 주력 노형으로 선정돼도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미국 보글 원전에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AP1000과 APR1400 공급망에 모두 들어가 있는 만큼 노형 구성과 관계없이 기자재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도 시공 분야의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2022년 웨스팅하우스와 AP1000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고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해왔다. 미국 페르미아메리카가 텍사스주에 조성하는 에너지·AI 캠퍼스 사업에도 기본설계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APR1400이 포함되면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업 개발과 건설 관리, 운영을 맡고 한전기술은 원전 종합설계와 계통설계를 담당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를 공급하고 국내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팀코리아’ 방식의 진출도 가능해진다.
국내 기업의 실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협상의 주요 과제다. 원전은 공사 기간이 길고 비용 초과 위험이 큰 만큼 투자금 회수 방안과 국내 기업의 참여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나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국내 산업에 돌아오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원전 주기기 제작부터 설계·시공·운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며 “대미 투자가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지려면 국내 기업의 기자재 공급 물량과 EPC 참여 범위를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준영 기자 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