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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만에 오롯이 펼쳐진 겸재의 화첩
대구간송미술관 겸재 정선展
'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국보 금강전도 등 216점 전시
경교명승첩 처음으로 낱장 공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전시" 호평
'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국보 금강전도 등 216점 전시
경교명승첩 처음으로 낱장 공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전시" 호평
그런데 이 기록이 불과 1년여 만에 깨졌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때문이다. 이 전시에 나온 작품은 총 216점.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압도적인 컬렉션을 아낌없이 펼친 덕분에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던 호암미술관 전시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14일 개막식에 참석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도 “앞으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전시”라며 “온 국민이 이 전시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가장 압도적인 부분은 겸재가 주로 활동한 한양(서울)을 다룬 전시 1부다. 서울과 근교의 경치를 담은 화첩 ‘경교명승첩’(보물)에 실린 그림 33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화첩을 낱장으로 풀어 한 번에 전부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의 산천처럼 굽이치는 모양으로 꾸며진 2부 전시장에서는 겸재가 지방 행정관으로 나가 있던 시절의 그림을 소개한다. ‘달성원조도’는 하양(지금의 경북 경산) 읍내에서 대구 쪽을 멀리 바라본 풍경화다. 산수화 외의 작품을 모아 놓은 3부도 꼼꼼히 둘러볼 만하다. 특히 꽃과 새, 짐승을 그린 화훼영모화 중에서는 방아깨비를 노려보는 고양이, 오이를 등에 지고 달리는 고슴도치 등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전시 후반부의 하이라이트는 4부다. 1711년 서른여섯 살 때 첫 금강산 여행 후 그린 ‘신묘년풍악도첩’(보물), 1747년 다시 금강산을 다녀와 그린 ‘해악전신첩’(보물)이 같은 장소를 그린 그림끼리 각각 짝지어 전시돼 있다.
신묘년풍악도첩의 그림에서 젊은 화가 특유의 강한 기세, 정석적인 테크닉이 돋보인다면 해악전신첩에서는 그림의 묘(妙)를 깨달은 거장의 자유분방한 붓놀림이 두드러진다. 금강산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한 장에 담은 ‘전도(全圖)’ 8점이 모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 ‘금강전도’와 가을철 금강산을 그린 ‘풍악내산총람’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올해 하반기 최고의 고미술 전시로, 전시 하나를 보기 위해 대구행 기차표를 끊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관람료는 성인 1만4000원. 전시는 12월 27일까지.
대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