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방송,초등생 /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엑셀방송,초등생 / 출처=온라인커뮤니티
“○○ 업!” “○○ 업!”

최근 온라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친구 이름을 외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아이들은 이른바 ‘제로투’ 춤을 추거나 특정 친구를 지목한 뒤 “○○업”이라고 외쳤다.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춤과 구호를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이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영상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학교 운동회나 급식시간에도 이런 춤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따라 하는데 선생님들은 어디서 나온 춤인지 모르는 것 같다”,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보면 이런 방송이 뜨는데 아이들도 그렇게 접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출처=유튜브 캡처
출처=유튜브 캡처
이 춤과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곳이 이른바 ‘엑셀방송’이다. 여러 명의 스트리머가 한 방송에 나와 시청자 후원금을 놓고 경쟁하고, 실시간 후원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화면에 띄우는 인터넷방송 형식이다. 후원이 들어오면 특정 출연자가 춤을 추고 후원자의 이름을 외치는 식이다.

과거 아프리카TV(현 SOOP)의 일부 유명 BJ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엑셀방송이 최근 유튜브로 무대를 넓히면서 어린 이용자에게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쇼츠 몇 번 넘겼더니 또 엑셀방송

추석 연휴인 24일 오후 7시께 기자가 유튜브에 접속해 관련 라이브 방송과 쇼츠를 확인했다. 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짧게 고쳐 입은 한복과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은 여성 출연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시청자가 돈을 보내며 특정 출연자를 지정하면 해당 출연자가 곧바로 앞으로 나와 춤을 췄다. 고액 후원자가 등장하면 분위기는 더 달라졌다. 이날 한 방송에서는 한 시청자가 한 번에 약 2000만원을 후원했다.
출처=유튜브 캡처
출처=유튜브 캡처
소위 ‘큰손’이 등장하자 출연자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쳐 잡고 경례하듯 인사하기도 했다. 일부 출연자는 “쏴주세요”라며 후원을 부탁하거나 무릎을 꿇었다. 700명 안팎이 동시에 지켜보는 방송도 있었다.

더 눈에 띈 것은 유튜브의 추천 방식이었다. 기자가 관련 쇼츠를 몇 차례 시청한 뒤 영상을 넘기자 비슷한 엑셀방송 영상이 연이어 등장했다. 관련 방송을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쇼츠를 넘기는 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구조였다.

○선정적 의상과 춤 유튜브서 그대로 노출

출처=유튜브
출처=유튜브
엑셀방송은 여러 출연자가 후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가 실시간 순위로 표시되고, 순위에 따라 출연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

후원을 많이 받을수록 방송에서 더 주목받기 때문에 출연자 간 경쟁도 치열하다. 짧은 치마나 노출이 많은 의상, 선정적인 춤과 과장된 리액션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SOOP에서는 일부 선정적인 방송에 성인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유튜브에서 확인한 일부 라이브 방송은 별도의 연령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유튜브 쇼츠가 이용자가 직접 찾지 않은 영상도 알고리즘을 통해 연속적으로 추천한다는 점이다. 한 번 관련 콘텐츠를 본 뒤 비슷한 영상이 반복 노출될 수 있다.

실제 포털에는 ‘엑셀방송 유튜브 차단’과 같은 검색어도 등장하고 있다. 자녀의 관련 콘텐츠 시청을 막으려는 보호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방송인까지 뛰어든 엑셀방송

출처=유튜브 'ONE 레이블'
출처=유튜브 'ONE 레이블'
엑셀방송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SOOP에서 커맨더지코 등 일부 유명 BJ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기존 방송인까지 참여하는 모습이다.

방송인 신정환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젊은 스트리머들과 엑셀방송에 참여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배우 장동주도 다음달 유튜브 엑셀 라이브 방송을 선보이며 MC를 맡을 예정이다. 하리수 역시 관련 콘텐츠 MC로 활동하고 있다.더 이상 일부 인터넷방송 이용자만 소비하는 문화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엑셀방송의 핵심 수익 구조가 ‘경쟁을 통한 후원 유도’라는 점이다. 후원금이 많아질수록 출연자의 순위가 올라가고 수익도 늘어나는 만큼 더 강한 춤과 리액션으로 시선을 끌 유인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성인 이용자를 상대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표현과 춤이 유튜브 쇼츠를 거쳐 어린 이용자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아동·청소년 상담 전문가는 “아이들은 콘텐츠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행동을 놀이처럼 따라 할 수 있다”며 “선정적인 춤이나 과도한 후원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플랫폼과 보호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희의 ITMI]는 국내외 IT와 관련된 트렌드와 현장 취재, 이슈, 인터뷰까지 다양한 TMI(Too Much Information)를 전합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