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당근
사진=게티이미지뱅크·당근
샤넬·에르메스 가방도 190만원, 롤렉스 시계도 190만원, 까르띠에 주얼리도 190만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가격표를 달고 있다. ‘득템’ 기회처럼 보이지만 실제 판매가는 따로 있다. 당근의 ‘바로구매’ 결제 한도인 190만원에 맞춰 상품을 등록한 뒤 나머지 금액을 별도로 받는 편법 거래다.

6일 당근에 따르면 바로구매에 적용되는 안심결제의 1회 결제 한도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최대 190만원이다. 당근은 지난 3월부터 바로구매 거래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동네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중고거래를 전국 단위로 넓힌 것이다.
출처=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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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명품을 파는 판매자들에게는 이 점이 매력적이다. 가까운 동네에서 수천만원짜리 가방이나 시계를 살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구매자를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바로구매 한도다. 실제 판매하려는 샤넬 가방 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해도 안심결제로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90만원까지다. 일부 판매자들은 아예 상품 가격을 190만원으로 등록한 뒤 구매자가 바로구매를 하면 나머지 810만원을 계좌이체 등으로 따로 받는다. 2000만원짜리 롤렉스도, 3000만원짜리 까르띠에 제품도 당근 화면에서는 일단 ‘190만원’이 되는 이유다.
출처=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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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는 실제로 이 같은 방식으로 등록된 고가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게시글에는 190만원이라는 가격이 표시돼 있지만 본문이나 판매자와의 대화에서는 “실제 가격은 다르다”거나 “차액은 별도 입금”이라는 안내가 붙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주의해야 한다. 당근의 안심결제는 구매자가 물품 가격을 결제하면 당근페이가 돈을 보관했다가 물품을 받은 뒤 구매확정을 하면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물품을 보내지 않고 연락을 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당근이 거래 상황을 확인해 결제 취소를 지원할 수 있다.

반면 1000만원짜리 가방 가운데 190만원만 안심결제로 결제하고 나머지 810만원을 판매자 계좌로 직접 보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상 거래 금액은 190만원뿐이다. 플랫폼 밖에서 오간 차액은 문제가 생겼을 때 당근의 거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당근도 등록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을 다르게 받는 방식을 정상 거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근 관계자는 “등록 금액과 실제 판매가가 다른 게시글에 대해 작성 단계에서 경고를 안내하고 있으며 확인된 게시글은 미노출 등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탐지와 신고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구매자를 별도로 제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유형의 판매글 자체가 올라오지 않도록 내부 탐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당근마켓
사진=당근마켓
중고거래 시장이 커진 만큼 관련 사기 역시 주의해야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0월 발생한 중고거래 사기는 8만1252건에 달했다. 월평균 8000건이 넘는다. 특히 명품 가방이나 고가 시계처럼 거래 금액이 큰 제품은 플랫폼 밖에서 차액을 주고받을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한편 당근은 최근 중고거래의 지역 한계를 허물며 거래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바로구매를 전국으로 넓힌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서비스 확대는 실적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당근마켓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127% 늘었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3억원, 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54% 증가했다.

[유지희의 ITMI]는 국내외 IT와 관련된 트렌드와 현장 취재, 이슈, 인터뷰까지 다양한 TMI(Too Much Information)를 전합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