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센터장을 두고 검찰이 같은 형량을 다시 요청하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이어지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4-1부(김인경 성지용 전지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센터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센터장과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게는 징역 12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카카오 법인·카카오엔터테인먼트엔 각각 벌금 5억원을 요청했다. 모두 1심 때와 같은 구형량이다.

검찰은 1심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심은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여러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어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 등은 2023년 2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시세고정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심은 김 센터장을 포함해 배 전 대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매수를 했고 이 거래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매수 주문의 시간 간격 등을 봐도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정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핵심 증인의 진술 신빙성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배 전 대표와 통화를 연결했고 당시 배 전 대표가 지 대표에게 SM엔터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심은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전 부문장이 이 사건뿐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으면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봤다. 별건 압수수색 이후 기존 진술을 번복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인 '리니언시'를 신청해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알려진 이 전 부문장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심 무죄 판결 직후 항소했다.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시지·통화 녹음 등 객관적 증거가 1심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수사가 시작된 뒤 대응 논리를 맞추는 내용의 통화 녹음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핵심 증인이 수사 압박 탓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본 1심 판단에 대해서는 판결 당부를 떠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는 당시 검찰의 항소 직후 "향후 재판에서도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심 선고 땐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 센터장을 비롯한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1심 무죄에도 검찰이 항소한 데 이어 2심에서 다시 중형을 구형하면서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