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를 만지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말랑이를 만지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왁뿌볼’을 추천받아 구매한 현정호 씨는 제품을 만질 때마다 나는 냄새가 신경 쓰였다. 네 살 딸이 있어 함께 만지게 하려다가도 냄새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현씨는 “촉감은 재미있는데 만지고 나면 손이 찝찝하고 냄새도 강하게 남아 아이에게 주기는 꺼려졌다”고 말했다.

젊은 층과 어린이 사이에서 독특한 촉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왁뿌볼과 말랑이 일부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방부제와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전자레인지에 데울 경우 제품이 터지거나 표면 온도가 170도를 넘는 사례도 확인됐다. 왁뿌볼은 점토와 비슷한 내용물을 얇은 왁스로 감싸 손으로 깨뜨리는 촉감과 소리를 즐기는 제품이다. 말랑이는 손으로 누르거나 주무를 때 탄성과 쫀득한 촉감을 느끼도록 만든 제품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해소나 심신 안정용 제품으로 소개되며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촉감 완구 1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왁뿌볼 8개 전 제품에서 방부제 성분인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이 검출됐다. 두 성분은 국내 완구 안전기준상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문제는 조사 대상 대부분이 사용연령을 14세 이상으로 표시해 어린이 제품 안전기준 적용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원은 실제로 어린이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어린이용 완구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시험했다.

그 결과 왁뿌볼 8개 모두에서 MIT와 CMIT가 나왔고, 이 가운데 1개 제품에서는 붕소도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말랑이 7개 가운데 1개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배가 넘게 검출됐다. MIT와 CMIT는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과 안구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붕소는 과다 노출 시 소화기와 대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다.

전자레인지에 제품을 데워 사용하는 행위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는 올해 4월과 5월 말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웠다가 화상을 입은 사례가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이 말랑이 7개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시험한 결과 4개 제품은 짧게는 25초 만에 터졌다. 7개 제품 모두 표면 온도가 70도 이상으로 올라갔고, 가장 높은 제품은 171.2도까지 치솟았다.

표시 관리도 미흡했다. 조사 대상 15개 제품 가운데 8개는 모델명과 제조연월, 수입자 정보, 사용연령 등의 일반 표시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5개 제품은 고온·화기 주의 문구가 없었고, 식품처럼 보일 수 있는 제품 일부에는 섭취 주의 표시도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품질이나 표시 개선이 필요한 제품을 판매·수입하는 사업자들에게 판매 중단과 표시 개선 등을 권고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어린이가 사용할 제품을 살 때 KC 인증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자레인지 등으로 가열하거나 용도 외 방식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