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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에 묶인 유조선…유가 내려도 휘발유값은 요지부동
사우디 우회 송유관 피격 직격탄
운송비 급등에 정유사 비용 부담
운송비 급등에 정유사 비용 부담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초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대여료는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는 이를 원유 배럴당 약 26달러로 추산했다. 현재 원유 가격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운임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이다. 페르시아만에서 홍해 얀부항까지 이어지는 이 송유관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수송로다. 하지만 이달 초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뒤 얀부항의 원유 선적도 멈췄다. 아람코는 일부 유럽·아시아 고객에게 9~10월 인도 물량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사우디는 대신 동부 항구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원유를 호르무즈해협 밖까지 옮긴 뒤 다른 유조선에 다시 싣는 ‘선박 간 화물 이송(STS)’도 동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거리 수송에 투입할 유조선이 줄면서 전 세계 약 900척인 VLCC 가운데 약 15%가 오만 해안에 머물고 있다. 세계 VLCC의 하루 평균 수익도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어 65만1107달러에 달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희망봉을 우회하는 선박이 늘어난 것도 공급난을 키우고 있다. 희망봉을 돌아갈 경우 항해 기간은 약 2주 길어지고 선박 한 척당 비용도 약 100만달러 늘어난다.
유조선 부족이 장기화하면 국제 유가가 내려가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정유사가 부담하는 실제 원유 가격에는 운송비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아디 임시로비치 옥스퍼드대 강사는 “정유사에 중요한 것은 운임을 포함한 원유의 최종 인도 가격”이라며 “결국 소비자가 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