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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중동 공급 불안에…비축유·스와프로 '수급 방파제' 세운다
'석유위기대응단' 꾸려 차질 대비
국제공동비축 우선 구매권 활용
원유 스와프로 운송 시차 메워
해외 생산원유 국내 첫 반입
오피넷으로 주유소 가격 비교도
국제공동비축 우선 구매권 활용
원유 스와프로 운송 시차 메워
해외 생산원유 국내 첫 반입
오피넷으로 주유소 가격 비교도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3월 손주석 사장 취임 직후 전사 대응체계인 ‘석유위기대응단’을 가동했다. 비축유와 국제공동비축 물량, 해외 생산원유 등 공사가 확보한 수단을 활용해 수급 차질에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 국제공동비축·원유 스와프 가동
가장 먼저 손질한 것은 국제공동비축이다. 국제공동비축은 산유국이나 해외 석유회사가 한국의 비축시설에 원유를 저장하고, 한국은 비상시 해당 물량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평상시에는 저장시설 임대수익을 얻고, 위기 때는 국내 수급 안정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국제공동비축은 단순히 비축탱크를 빌려주는 사업과는 다르다. 해외 사업자는 한국을 동북아 판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석유공사는 저장료를 받으면서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평상시에는 비축시설 활용도를 높이고 위기 때는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원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충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석유공사는 중동 사태 이후 국제공동비축 물량에 대한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국내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시설 임대 중심으로 운영하던 공동비축 자산을 실제 수급 안정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정부가 설계한 ‘원유 스와프(SWAP)’도 도입했다. 정유사가 해외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한 뒤 비축유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장거리 운송에 시간이 걸리는 원유의 특성상 정유사가 필요한 시점에 물량을 먼저 공급받아 수급 공백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원유 스와프는 비축유를 단순 방출하는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비축물량을 계속 소진하는 대신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할 때까지 비축유를 먼저 공급하고 이후 원유를 돌려받아 운송 과정에서 생기는 시차를 메우는 방식이다.
석유공사는 비상시 해외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내로 직접 들여오는 조치도 처음 시행했다. 국제공동비축과 비축유 스와프, 해외 생산원유 반입을 함께 활용해 중동발 공급 불안에 대응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비축시설 증설도 추진한다. 중동 산유국 등과의 국제공동비축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비축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 알뜰주유소·오피넷으로 유가 안정 지원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한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공사가 관리하는 자영 알뜰주유소를 통해 수급 위기 때 유류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고,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Opinet)’으로 소비자의 가격 비교와 정부의 시장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오피넷은 석유제품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플랫폼이다. 전국 1만여개 주유소와 자동차충전소의 판매가격은 물론 정유사와 대리점의 평균 공급가격 등을 제공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카드단말기 수집이나 사업자 직접보고 등을 통해 갱신된다.
오피넷은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스마트폰 앱과 유가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해왔다. 지역별 평균가격과 최저가 주유소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개된 유가정보는 인터넷 포털과 내비게이션 등 민간 서비스에도 활용한다. 소비자가 주변 주유소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석유제품 가격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에너지정책 지원과 석유시장 안정 성과를 인정받아 국가데이터처가 주관한 2026년 통계업무진흥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 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조직 재편
조직과 인사도 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손질했다. 비축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사업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해외석유개발 조직을 재편했다. 공공기관 경영혁신과 대국민 신뢰 회복을 목표로 성별과 출신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를 추진하고,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차세대 관리자를 발탁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중무휴 오피넷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와 석유정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석유비축기지를 지능형 시설로 바꾸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핵심은 실제 비축기지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이를 지하 비축기지에 적용해 설비 상태를 관찰하고 향후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순찰도 추진한다.
AI 전환은 대국민 서비스뿐 아니라 비축기지 안전관리와 석유개발 생산성 향상에도 적용한다. 석유 탐사·생산 분야에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한다. 석유개발 사업의 원가를 낮추고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자본투자(CAPEX)를 최적화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경상경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손 사장은 비축시설 확충과 국제공동비축 확대 등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의 조기 추진을 위해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단기적인 석유 수급 대응을 넘어 비축기반 확대와 국내 유가 안정, AI 기반 안전·생산성 혁신까지 동시에 추진해 국가 에너지 안보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