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 2호기 전경. 각각 2022년 12월, 2024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 2호기 전경. 각각 2022년 12월, 2024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미국 내 원전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재 거론되는 원전 8기·1200억달러 규모의 투자안을 단순 환산하면 1기당 투자액이 국내 신한울 원전이나 체코 두코바니 원전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 다만 1200억달러가 순수 건설비인지 지분투자와 금융지원까지 포함한 전체 투자 규모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원전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등을 비교한 결과 신한울 3·4호기의 총사업비는 약 12조원이다.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1400MW급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 2기를 짓는 사업으로, 1기당 사업비는 단순 계산하면 약 6조원이다.

2024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추진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가 약 26조원이다.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까지 팀코리아가 공급하는 구조로, 1기당 약 13조원 규모다.

현재 미국 원전 투자안으로 거론되는 금액은 대형 원전 8기 기준 1200억달러다. 달러당 1380원을 적용하면 전체 투자액은 약 165조6000억원, 1기당 약 20조7000억원으로 환산된다. 이를 명목액 기준으로만 비교하면 미국 원전 1기당 투자액은 신한울 약 6조원의 3.45배 수준이다. 두코바니 원전의 1기당 약 13조원과 비교해도 약 1.7배에 해당한다.

구 의원은 1200억달러의 성격에 따라 사업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문제를 제기했다. 원전 8기의 설계·조달·시공(EPC) 건설비 전액인지, 한국 측 지분투자와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 한도인지, 미국 정부의 세제·금융지원을 반영하기 전 규모인지에 따라 경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만약 정부가 예상수익률과 투자회수 구조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한미전략투자특별법상 '상업적 합리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법 제3조 제3항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하려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 원전 8기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설계·원자로 기술을 보유한 AP1000 물량이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따라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AP1000의 경우 사실상 터빈과 원자로 등 기자재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뿐이라는 게 구 의원 측 설명이다.

구 의원은 "미국 측이 제안한 1200억달러가 실제 원전 8기의 EPC 건설비 전액인지, 한국의 지분투자와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한도인지, 혹은 향후 미국 정부의 세제·금융지원 등을 반영하기 전 투자규모인지에 따라 경제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 8월 한미 정상회담부터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덮어왔으나,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라며 "정부가 그간 어떻게 협의해왔는지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