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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의 지식재산통찰] 기술이 곧 안보…산업스파이법, 더는 못 미룬다
기술 해외 유출 급증…처벌은 여전히 미약
산업스파이특별법, 기술 안보 공백 메워야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산업스파이특별법, 기술 안보 공백 메워야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
핵심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폭증했고, 5년 누적 103건에 달했다. 2020년 이후 이로 인한 피해액 추산액만 약 23조원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출 대비 고도 기술 수출 비중은 36.3%로 주요 7개국(G7) 평균인 20.2%의 약 1.8배에 달한다. 그만큼 기술 유출의 충격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다.
문제는 처벌의 현실이다. 2020~2024년 영업비밀 해외 유출 유죄가 선고된 41건 중 20건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평균 형량은 징역 1년9개월에 그쳤다. 조 단위 피해에 비하면 형량이 턱없이 낮다. 미국은 항공기 엔진 기술을 노린 중국 정보요원에게 징역 20년을, 대만은 TSMC 2나노 기술 유출에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국내 역대 최고 형량인 삼성전자 D램 유출 사건도 징역 6년4개월이었다.
현행 체계가 낳은 구조적 결함이다. 기술 유출 처벌은 산업기술보호법, 국가 첨단전략 산업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흩어져 있다. 같은 유출 행위라도 대상 기술에 따라 징역 하한이 3년, 5년, 혹은 아예 없다. 외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경제 간첩과 개인의 일탈도 동일한 법정형 아래 놓이고, 예비·음모 처벌 규정도 법률별로 일관되지 않다. 공소시효 특례·비밀유지명령·신변 보호·국제공조 등 안보사건에 필요한 장치도 미비하다.
지난 8월 발의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은 바로 이 공백을 겨눈다. 핵심은 기술 유출을 안보 사범으로 격상한 데 있다. 법안은 외국 정부와 결탁했는지(경제 간첩죄), 외국 경쟁사의 이익을 도모했는지(경제이적죄), 단순한 사익을 추구했는지(일반 경제이적죄)에 따라 범죄를 구분하고, 각각 무기 또는 7년 이상, 7년 이상,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최대 100억원의 벌금을 병과한다. 미수·예비·음모를 처벌하되 자수자는 감면해 범죄조직 이탈을 유도하고, 법인에는 개인의 두 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한다. 범죄수익은 끝까지 몰수·추징하며, 경제 간첩죄 공소시효는 25년으로 연장된다. 피해 기업에는 압수물 선별 참여권과 재판기록 열람권을 ‘법률상 권리’로 보장한다.
일각에서는 대상인 ‘국가 핵심 산업정보’가 광범위하니 기술 가치별로 형량을 나누자고 한다. 그러나 스파이 범죄의 불법성은 기술의 가격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국가를 배신했는가에 있다. 미국 경제간첩법도 보호 객체가 아니라 행위의 배후로 처벌을 가른다. 기술 가치는 정세에 따라 급변해 법률에 등급을 못 박으면 신종 융합기술 앞에서 입법 시차만 남는다.
기술 안보가 곧 국가안보다. 지금도 우리 기술은 조직적 탈취에 노출돼 있다. 법적 방어망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국민 90.7%가 처벌 강화를, 91.4%가 경제 안보 차원의 법체계 신설을 요구했다. 국회는 이 뜻에 응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핵심기술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