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추석 선물세트 매장. 진열대 앞에서 한참 가격표를 살펴보던 30대 직장인은 4만원대 과일 세트와 3만원대 건강식품 세트를 번갈아 들여다봤다. 이날 추석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은 직장인 주상진씨는 “거래처와 지인에게 여러 개를 보내야 해 한 세트당 5만원을 넘기기는 부담스럽다”며 3만~5만원대 상품이 빼곡히 진열된 매대에서 추석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백화점 풍경은 달랐다. 수십만원대 한우와 고급 리빙 제품부터 수천만원대 위스키까지 초고가 선물이 전면에 나왔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김은총씨는 60만원대 와인 선물세트를 집어들며 "부모님과 중요한 거래처에는 가격보다 희소성과 품질을 본다"고 말했다. 최근 추석 선물 시장에서는 '실속형'과 '초고가' 상품으로 수요가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서 5만원 미만 상품이 전체 매출의 74.5%를 차지했다.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은 17%, 10만원 이상은 8.6%였다. 전체 사전예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었다.

3만~5만원대 추석 선물 세트가 주로 팔리는 등 실속형 상품 수요가 두드러졌다. 롯데마트도 사전예약 기간에 5만원 미만 추석 선물 매출이 약 33% 증가했다. 충주 사과와 천안 배를 각각 4만원대에 선보였고, 충주 사과 3㎏과 골드키위 등 3만원 미만의 핸드캐리형 상품도 마련했다.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 기간에는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 품목 수를 전년보다 약 20% 늘렸다.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추석 선물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을 앞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구이용 한우를 소포장한 69만원짜리 ‘현대명품 한우 소담 매’는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기 완판됐다. 현대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리빙 선물 세트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럭셔리 테이블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북유럽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의 화병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3000만~4000만원대의 30년 이상 숙성한 하이엔드 위스키 컬렉션을 내놨다. 미쉐린 가이드에 6년 연속 오른 숙성육 전문점 ‘숙수도가’와 협업해 35만~39만원대 한우 선물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명절 선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금과 귀중품 배송 전문 업체 발렉스와 손잡고 VIP를 대상으로 명절 선물을 배송한다. 특색 있는 선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춘 세심한 배송 경험까지 높인다는 취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선물 시장에서 중간 가격대의 존재감은 줄고 저가와 초고가 수요가 동시에 두드러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물을 주는 대상에 따라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나눠 선택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