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흥국
사진=김흥국
가수 김흥국이 생애 처음으로 탈모 치료제 홍보 모델이 됐다. '호랑나비'로 데뷔한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탈모를 오랫동안 혼자만의 고민으로 안고 있다가, 이번 모델 발탁을 계기로 전국의 탈모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흥국이 홍보 모델로 나선 제품은 '모발폭탄'이다. 그는 "80년대 초반 데뷔할 때만 해도 머리숱이 정말 많았다. '호랑나비'가 크게 히트하고 방송 활동이 정신없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기러기아빠 생활도 했고,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나중에는 머리가 거의 다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약 10여 년 전 한 방송을 통해 탈모 사실과 가발 착용을 공개했던 김흥국은 이번 기회를 "탈모의 치트키"가 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 추석에는 탈모 지인들에게 제품 세트를 선물하고, 연말 첫 단독 콘서트에서도 관객들을 위한 경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국내 탈모인, 이제 국민 5명 중 1명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탈모 인구를 약 1000만 명이라고 추산했으며,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숫자로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탈모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은 남성의 27%, 여성의 15%였다.

더욱 주목할 점은 탈모가 이제 청년들의 질환이 되었다는 점이다. 탈모 환자 10명 중 4명이 20대와 30대이며,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의 비율도 1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탈모 진료 환자 수는 2017~2021년 4년간 13% 증가해 약 24만 명 수준에 달했다.

◆ 탈모 시장, 4배 이상 성장...이제 '주류 산업'


이처럼 탈모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탈모 케어 제품 시장은 2021년 3383억원에서 2025년 499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불과 4년 새 약 47% 성장한 셈이다.

탈모 치료제만 봐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기준 탈모치료제 원외처방액은 피나스테리드 계열이 998억원, 두타스테리드 계열이 165억원으로 총 1162억원 규모를 형성했으며, 5년간 피나스테리드는 평균 성장률 11%, 두타스테리드는 32%를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이 1300억~1400억원 규모이며, 건강보험 급여화가 진행된다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연예인도 '솔직 고백'...탈모 인정하는 시대 열렸다


과거 탈모는 연예인들이 적극 숨기려던 신체적 약점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배우 채정안은 탈모케어 브랜드 릴리이브의 모델로 발탁되기 전부터 제품을 직접 사용했고 유튜브에서도 제품을 소개했으며, LG생활건강 려의 루트젠도 배우 이민정이 유튜브에서 제품 체험담을 공개한 후 모델로 교체했다. 또한 개그맨 김원훈은 지난 7월 탈모 케어 전문 브랜드 블랙포레의 모델로 발탁되었는데, 김원훈은 방송과 유튜브에서 자신의 모발 고민을 직접 드러냈으며 한 예능 방송에서 모발이식 4000모를 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과거 연예인 탈모 모델을 살펴보면 지드래곤이 TS샴푸의 모델로 나서며 203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의 중심이 됐고, 수지도 애경산업 영지홍삼의 모델로 활동했다. 가발 모델 진영에서는 배우 이덕화가 1999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하이모의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이며,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드라마와 영화 캐릭터마다 상황에 맞는 가발을 하이모가 전담 제작해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배우 김광규는 2019년 6월부터 하이모 가발 광고에 출연했다.

탈모인 중 17%가 탈모 증상 때문에 자신감 저하, 우울감, 대인 기피 등 심리적 문제를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본인 증상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탈모인 중에서는 그 비율이 28%로 적지 않다.

이제 탈모는 단순한 개인의 외모 문제를 넘어 심리 건강과 삶의 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김흥국처럼 오랫동안 탈모를 혼자만의 비밀로 지키다가 이제 "희망을 나누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택하는 인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