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 시장 불안 해소될까 > 정부가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갱신 계약도 한 차례 허용해 임대차 시장 불안이 부분적으로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전·월세 시장 불안 해소될까 > 정부가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갱신 계약도 한 차례 허용해 임대차 시장 불안이 부분적으로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실거주 유예 특례가 내년까지 연장된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허용해 매수자는 최장 2029년 말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세입자의 계약 갱신 기간까지 유예 대상에 포함돼 ‘신규 매매=임대차 감소’로 이어진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실거주 유예 방안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추가 보완하는 데 대해 시장 혼란과 정책 신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029년까지 ‘세 낀 매매’ 가능

'세입자 낀 집' 2029년까지 입주 유예…갱신계약까지 허용
서울과 경기 15개 지역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매수 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하고 취득일부터 2년간 직접 거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의 ‘세 낀 집’ 매수를 허용했고, 5월에는 대상을 임대 중인 주택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번 대책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 계약 잔여 기간에 더해 갱신 계약 1회까지 유예 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세입자라도 매수자와 합의하면 추가 유예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구권 사용과 관계없이 합의로 한 차례 갱신 계약을 허용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갱신 계약은 실거주 유예 신청 기간(2026년 10월 1일~2027년 12월 31일) 안에 시작돼야 한다. 이에 따라 매수자의 입주 시점은 최장 2029년 말까지 미뤄질 수 있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때는 2028년 9월 30일까지 입주를 마쳐야 한다. 매수자는 올해 5월 12일부터 무주택 상태여야 하며, 입주 후 2년간 거주 의무도 유지된다.

◇거래 숨통 vs 땜질 보완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세입자가 거주 중인 급매물의 거래가 일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세입자가 퇴거하면서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김효선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시장에 나올 매물이 토지거래허가제에 막히는 엇박자를 줄이고, 거래 이후에도 임대 물량이 유지되도록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2028년부터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가 신설되고 비거주 주택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축소된다. 이에 따라 세 부담이 커지기 전 매물을 내놓으려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물량이 내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내년 세제 혜택 축소를 앞두고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시기”라며 “이번 조치가 매매시장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는 단기적인 안정 효과가 예상된다. 주택이 매매되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최대 2년 더 거주할 수 있어서다. 다만 갱신 기간 종료 이후 세입자가 다시 신규 전·월세 수요로 유입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이주 수요와 맞물리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재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도입한 유예 제도를 넉 달 만에 다시 손질한 만큼 실거주 원칙과 정책 예측 가능성을 포함한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주 시점이 수년 뒤로 밀리면 갭투자 차단이라는 제도 취지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갱신 계약까지 인정하는 것이 토지거래허가제 취지와 부합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