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사진=한경DB
백일섭/사진=한경DB
배우 백일섭의 사진을 20여년간 무단으로 사용해 온 주방용품 업체가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 5단독 문현정 판사는 백일섭이 주방 기물 제조·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사가 제조·판매하는 냄비 등 주방용품에 백씨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해 왔다.

회사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게재된 제품 사진과 설명에도 백일섭의 사진이 그대로 노출됐고 이 때문에 몇몇 쇼핑 플랫폼에서 A사의 제품은 '백일섭 냄비', '백일섭 후라이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백일섭은 A사와 모델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섭은 2019년 9월 A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A사는 이후에도 지난 2월 폐업할 때까지 사진을 부착했다.

백일섭은 A사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성명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재산상 손해 1억2443만원과 위자료 3000만원 등 모두 1억5443만원을 청구했다.

문 판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광고모델 계약이 체결됐거나 피고가 원고 측에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가 초상 무단 사용을 정식으로 항의한 점을 고려하면 사진 사용을 아무런 대가 없이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백일섭의 초상권을 침해한 행위로 봤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공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면서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사진을 제품 홍보에 활용한 것은 초상권 침해"라고 했다.

재판부는 백일섭이 정상적으로 초상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대가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를 8000만원으로 산정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도 인정해 총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