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카메라를 'AI의 눈'으로…게임·스포츠로 확장
소니가 카메라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 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2006년 코니카미놀타의 카메라 사업 ‘α’를 인수한 뒤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해온 소니가 앞으로는 현실 공간을 디지털상에 재현하는 기술을 스포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소니가 내세운 ‘공간 AI’는 카메라로 현실 공간을 정밀하게 촬영한 뒤 이를 3차원 디지털 공간으로 재현하는 개념이다.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이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과 결합해 몰입형 콘텐츠를 구현한다.

예를 들어 실제 축구 경기장에 선수로 들어간 것 같은 체험을 제공하거나 개미집을 수백 배 확대해 가상 공간에서 탐험할 수 있다. 소니는 이 같은 기술을 게임과 영화, 스포츠 등 자사가 강점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공간 AI의 기반에는 α 카메라를 통해 축적한 이미지센서와 AI 인식, 이미지 처리 기술이 있다. 피사체의 위치와 종류, 움직임을 AI로 인식하고 렌즈의 초점거리와 포커스 정보 등을 결합하면 현실 공간을 보다 정밀하게 디지털로 복제할 수 있다.

소니가 이 같은 기술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미러리스에 대한 장기간 투자가 있다. 소니는 2006년 카메라 사업 인수 이후 DSLR이 주류였던 시장에서 미러리스에 집중했다. 2013년 풀프레임 미러리스 ‘α7’을 출시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초당 20장 촬영이 가능한 ‘α9’을 선보이며 프로 시장까지 파고들었다.

성과도 가시화했다. 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26.5%로 캐논(4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후지필름(11.8%)과 니콘(10.6%)을 크게 앞선다.

소니의 개발 방식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개발자들이 스포츠 경기장 등 촬영 현장에 직접 찾아가 프로 사진가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Sony Listens’ 전략을 이어왔다. 이런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새로운 콘텐츠 수요도 발견했다.

카메라 기술의 확장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캐논은 VR과 자유시점 영상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니콘은 광학 기술을 반도체 장비와 금속 3D프린터에 적용하고 있다. 후지필름 역시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의료기기로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한때 장기 침체가 예상됐던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최근 반등하고 있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출하액이 증가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급 카메라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눈’이 필요한 AI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카메라 기술의 활용 범위가 다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