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수준까지 오르자 미국 기업의 부채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연 2~4%대 저금리로 조달된 회사채가 올해부터 2~3배 높은 금리로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서다.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규모는 4조5000억달러(약 6000조원)에 이른다. 투기등급 기업이 대거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 기업(신용등급을 받은 비금융기업 기준)이 2030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회사채, 기업 대출, 신용한도 포함)는 4조45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등급별로는 ‘BBB-’ 이상 투자등급 기업 부채는 2조5665억달러, 투기등급은 1조8895억달러 수준이다.
회사채, 레버리지론 등 기업 대출의 만기는 보통 5~7년이다. 2020~2022년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적용된 저금리를 등에 업고 발행된 관련 채권이 올해를 전후해 대거 만기가 돌아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로 오르며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산금리를 합산하면 투자등급 기업이 새롭게 적용받는 금리는 연 6~8%, 투기등급 기업은 연 10~15%다.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의 평균 금리를 연 4%, 차환 과정에서 적용될 금리 평균을 연 8%로 가정하면 미국 기업들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져야 할 이자 비용은 1787억달러(약 2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예컨대 5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80억달러인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이퀴닉스(신용등급 BBB+)의 연간 이자 비용은 2028년 기준 10억달러다. 2024년(약 5억달러)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최근 가산금리가 10.53%포인트까지 치솟은 신용등급 ‘CCC’ 이하 기업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부 기업은 PIK(이자를 향후 갚아야 할 원금에 더하는 방식)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고금리를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높으면서 실적은 저조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의 업종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