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빨리 재가동하려고 '지진 데이터'까지 조작…경영진 사임 [도쿄나우]
“원전을 빨리 다시 돌리려다 지진 데이터까지 조작하다니…”

일본 주부전력이 하마오카 원전 재가동 심사 과정에서 지진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늦어도 2012년부터 부정행위가 이어졌으며, 재가동 일정이 늦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조직적 압박과 이를 정당화하는 내부 논리가 배경으로 지목됐다.

14일 아사히신문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외부 변호사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이날 하마오카 원전의 지진동 데이터 부정 관련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주부전력이 산출한 225건의 지진 가운데 최소 208건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하마오카 원전 3·4호기 재가동 심사에 사용된 ‘기준지진동’ 산정 과정이다. 주부전력은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난수를 이용해 20개의 지진파를 계산한 뒤 평균에 가장 가까운 값을 대표파로 골랐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지진파 가운데 원하는 대표파를 먼저 고르고, 이 값이 평균에 가장 가까워지도록 나머지 지진파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지진동이 당초 심사 신청 때 제시한 1200갈을 크게 웃도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작이었다.

조사위는 올바른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예상보다 훨씬 큰 지진동이 나와 추가 안전성 평가와 보강공사가 필요해지고, 이로 인해 원전 재가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조직 문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보고서는 재가동 심사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압박이 부적절한 행위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또 현장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규칙 위반도 불가피하다”는 식의 ‘독자적 정당화 논리’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사내에서 데이터 조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묵살된 사실도 확인됐다.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제보를 받아 조사를 시작한 2025년 5월 이후에는 부정을 감추려는 추가 조작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내부 감시·견제 장치가 존재했지만 “실효적으로 기능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주부전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하야시 신고 사장과 가쓰노 사토루 회장이 사임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한 재가동 심사 신청을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조사보고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요구가 지나치게 보수적일 경우 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규제 요구의 적정성을 중립적으로 검증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원자력규제위원회도 별도로 사실관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위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