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정 서울반도체고 교장이 학생들이 실습에 사용할 16인치 웨이퍼를 들고 후공정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지우정 서울반도체고 교장이 학생들이 실습에 사용할 16인치 웨이퍼를 들고 후공정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장비를 다루고 공정을 계측·제어하는 인력의 상당수는 고졸 인재입니다. 그만큼 현장의 인력 수요가 막대합니다.”

지우정 서울반도체고 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현장 기술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32년간 근무하며 인사·영업 분야 임원을 지낸 뒤 지난해 서울반도체고 공모 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 첫 반도체 마이스터고인 서울반도체고는 다음달 처음 신입생을 선발해 내년 개교한다.

지 교장은 기업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면서 고교 단계 직업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은 신입사원을 오랫동안 교육할 여유가 없다”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를 원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고교생 때 반도체 기술을 접하면 습득력이 높아 정밀 공정을 다루는 기술인력으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반도체고는 이런 산업 수요에 맞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과정도 현장 실무 중심으로 설계했다. 산업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반도체 안전, 장비 제어 등 8개 전공 교과목을 새로 개발했다.

학교는 특히 반도체 후공정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후공정은 웨이퍼에서 만들어진 칩을 분리해 연결·적층하고 포장한 뒤 성능을 검사하는 과정이다. 지 교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미세화만으로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칩을 연결·적층하는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내에 반도체 생산현장과 유사한 후공정 실습시설도 조성한다. 그는 “클린룸과 와이어 본더, 웨이퍼 다이싱 장비 등 실제 후공정 라인에서 쓰는 장비를 갖출 것”이라며 “약 496㎡ 규모로 이달 착공해 연내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비 신입생과 학부모의 관심도 높다. 신입생 모집 정원은 64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7~8월 열린 입학설명회에는 매회 전국에서 600여 명이 신청했다. 지 교장은 기술 전문성뿐 아니라 직업윤리와 인문·예체능 소양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선발·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반도체 현장에서는 협업 능력과 책임감이 중요하다”며 “내신뿐 아니라 역량검사와 면접을 통해 적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 교장은 첫 신입생이 졸업한 후 100%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학교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앰코테크놀로지, 하나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전자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채용 약정 인원만 217명에 달한다.

향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기업이 반도체 직업교육기관 하면 가장 먼저 서울반도체고를 떠올리도록 강력한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마이스터고계의 서울대’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