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무슨 일로?"…문구점 사장님도 놀랄 '뜻밖의 인기'
대표적인 학군지로 꼽히는 서울 목동에서 42년간 아이들을 맞이하던 가나다문구점은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영업하던 체인 문구점 두 곳도 최근 연이어 폐점했다. 학교 앞 동네 문구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문구점 사업자는 지난 7월 981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명 감소했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문구 소매점은 2018년 1만여 곳에서 지난해 기준 약 4000곳으로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이 무슨 일로?"…문구점 사장님도 놀랄 '뜻밖의 인기'
문구점이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건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가 시행된 2011년부터다. 교육부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준비물을 구매해 제공하도록 했다. 펜과 공책 같은 문구류도 동네 문구점 대신 쿠팡 등 e커머스를 통해 구매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사무·문구 품목 거래액은 지난해 2조1535억원으로 5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사라진 동네 문구점의 빈자리는 편의점과 다이소 등 대형 유통 채널과 무인 문구점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완구 매출은 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CU와 다이소의 완구 매출도 각각 13%, 15% 증가했다.

완구업계가 편의점에 먼저 상품 입점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완구업체의 입점 문의는 작년보다 50% 늘었다.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과 손잡고 ‘핫휠세븐일레븐카’를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최신 유행 상품을 빠르게 들여놓을 수 있는 데다 접근성이 좋아 어린이는 물론 키덜트(키즈+어덜트) 고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동네 문구점은 줄어들고 있지만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의 상인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은 평일에도 북적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폐업 위기였지만 ‘말랑이’와 ‘왁뿌볼(왁스 코팅된 공을 부수는 장난감)’, ‘키캡’ 등을 사러 온 ‘어른이’들이 몰리면서 2030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문구류 매출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대부분의 매출은 말랑이 등 같은 장난감에서 나온다는 게 상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말랑이 열풍의 온기가 동네 문구점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15년 넘게 장사한 박모씨는 “말랑이가 인기라고 해서 들여왔지만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