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벤처기업협회에서 차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벤처기업협회에서 차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시장 승강제에 대해 “기업 간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재차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는 규제 확대보다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 따르면, 그는 코스닥 승강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코스닥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높이려는 개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가총액·실적 중심의 획일적 구분은 기업 간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낳고, 장기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인공지능(AI)·딥테크 기업의 특성을 담지 못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세그먼트 편입 기준과 승강체계에 대해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 충실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등으로 구분해 일정 기준에 따라 승강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기업 규모나 단기 실적을 중심으로 시장을 구분할 경우 성장 단계의 기술기업이 사실상 ‘2부 리그’로 분류돼 자금 조달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앞서 벤처기업협회를 찾아 차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속도와 구체적 방식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에 대한 중소·벤처업계의 재고 요구를 묻자 이 후보자는 “부실기업 정리를 통해 코스닥시장 신뢰를 회복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속도와 방식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유망 혁신기업에 대한 보호 대책은 충분한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현장 수용성’을 강조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제조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부담을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현장의 의견 수렴을 통해 감축을 위한 규제 확대보다는 ‘지원이 먼저’라는 원칙으로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환경전문 변호사 출신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하한선을 법으로 두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정책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 중소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92.8%가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한 내 달성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중소기업의 생존·경쟁력과 환경정책 간 균형을 묻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도 “책임 있는 경영을 유도하되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기후 분야 전문성을 중소기업 정책에 어떻게 접목할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기후·에너지 문제는 환경 이슈를 넘어 통상과 공급망의 문제”라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글로벌 기업의 탄소 데이터 요구 등을 거론했다. 이어 “대기업은 전담 조직 마련과 자금 조달로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배출량을 측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며 “탄소규제 대응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업계 어려움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