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전희성 기자
게티이미지뱅크·전희성 기자
1948년생인 저명한 컴퓨터과학자 한스 모라베크는 1997년 지형도 한 장을 그렸다. 기계가 인간을 앞선 영역은 물에 잠긴 저지대로, 인간 고유의 영역은 산으로 표현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발전이 해수면을 점점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산봉우리에서 안전함을 느끼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반세기 안에 모두 물에 잠긴다”고 했다.
'Ctrl+Create'…이젠 AI가 AI에 외주 주는 시대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지금, 예언은 더 빨리 도착했다. ‘낮은 구릉’에 있던 번역과 음성인식은 AI가 맡고 있다. 산 정상에 있던 예술 영역도 위협받고 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의 구단 리에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단편소설의 95%를 AI로 집필했다고 고백했다.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지적 업무를 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AI업계는 오픈AI가 지난 4일 공개한 GPT-6 아스트라를 AGI의 서막으로 본다. 핵심은 ‘AI 자동화’다. 인간이 AI에 일을 맡기는 시대에서 AI가 스스로 일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오픈AI 연구조직에서 AI의 총가동 시간은 올해 6월까지 인간 근무 시간보다 적었지만, 두 달이 지나자 인간의 3.1배로 늘었다. 첨단 AI 모델이 한 번의 요구로 4~8시간 연속 작업할 수 있게 되면서다. 오픈AI는 2028년 3월이면 완전 자동화된 AI 연구원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후속 AI 모델을 개발하는 ‘지능 폭발’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Ctrl+Create'…이젠 AI가 AI에 외주 주는 시대
AGI의 출현은 인류가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8일 인간 DNA에서 발생하는 90억 개의 염기 변이를 AI로 나열한 ‘알파게놈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1페타바이트(PB·1PB는 1000테라바이트) 규모 데이터를 구축해 희소질환의 원인을 빠르게 추릴 수 있다. 같은 날 오픈AI는 아스트라가 인간이 90년간 못 푼 수학계 난제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간은 인간이 개발한 AI를 보면서 공포를 느낀다. AI가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허점을 찾아 스스로 해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오픈AI는 일부 모델의 학습을 일시 중단했다. AGI가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까 봐 두려워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8일 앤트로픽을 떠난 연구원 제이컵 콕슨은 “스스로 발전하는 초지능을 향해 질주하며 인간의 생명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AI회사들에 경고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