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킹콩백화점 용인점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손님들이 쇼핑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11일 오전 킹콩백화점 용인점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손님들이 쇼핑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11일 경기 용인시 외곽에 있는 킹콩백화점 용인점. 오전 10시 매장 문을 열자마자 카트 수십 대가 밀려 들어왔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매대는 채우자마자 동났다. 정상가 대비 20~30% 할인한 가격에서 추가로 50%를 깎아주는 식품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 매장을 8년째 관리하는 라상희 점장(50)은 “단골들은 어떤 물건이 몇 시쯤 들어오는지 미리 알고 움직인다. 상품 입고 시간에 맞춰 하루에도 몇 번씩 매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진화한 땡처리 매장, 킹콩백화점 '급부상'
킹콩백화점은 대형 유통사나 제조사로부터 과잉 재고와 반품·파손 상품, 소비 기한이 임박한 상품 등을 대량으로 매입해 재판매하는 리퀴데이션(재고 청산) 전문 매장이다. 취급하는 상품의 특성상 가격이 쌀 수밖에 없어 고물가 시대 ‘득템(좋은 물건을 싸게 구함)의 성지’로 떠올랐다. 킹콩백화점은 상품의 상태와 잔여 소비 기한에 따라 할인율을 수시로 조정한다. 입고 상품도 매일 달라진다. 어떤 날은 메인 매대에 있던 상품이 다음날엔 아예 없을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오프프라이스(상설 할인) 매장 ‘TJ맥스’(TJMaxx)와 같은 사업 모델이다.

무역상이던 이복주 킹콩백화점 대표(58·사진)는 e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던 2018년 유통업계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재고 처리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그는 “알리보다 빠르고 테무보다 싸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진화한 땡처리 매장, 킹콩백화점 '급부상'
패션잡화를 주로 판매하는 대기업 계열 아울렛과 달리 킹콩백화점은 신선식품과 가전·가구, 주방용품 등도 취급한다. 전체 매출에서 신선식품 비중이 가장 높은 용인점, 인천점 등 시그니처 매장(규모 500평 이상)은 자체 콜드체인(냉동·냉장 창고)도 갖췄다.

사업 초기엔 전체 매입 상품의 80~90%를 한 유통 업체로부터 넘겨받았다. 지금은 배달의민족, 컬리, 이마트, 롯데마트 등 여러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고객층을 다변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오프프라이스 매장 신세계 팩토리스토어와도 협력하고 있다. 팩토리스토어에서도 팔리지 않은 ‘최후의 재고’가 폐기되기 직전 거치는 곳이 킹콩백화점이다.

초기 마케팅은 지역 주민 중심으로 했다. 매장별로 개설한 네이버 밴드 가입자에게만 날짜별 특가 상품을 알렸다. 제주도에 1호점을 낸 작년 “백화점 없는 섬에 드디어 생긴 백화점”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년 22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5년 41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021년 11개 수준였던 매장 수도 5년 만에 25개로 늘었다.

다음달엔 도심에 100평(약 330㎡) 이하 규모의 ‘미니킹콩’을 연다. 김해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올해 2월엔 대만에 첫 해외 매장을 냈다. 이르면 내년 일본에 개인 간 거래(C2C) 파일럿 매장을 열고 시장 탐색에 나선다.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킹콩백화점은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파는 곳이 아니라 상품의 수명을 연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