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김길오와 절연했다"던 용혜인…이후에도 수상한 접점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과거 비공개 정파인 이른바 ‘언더조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정파는 차별적 문화, 위계적 문화, 이것을 자정할 수 있는 역량의 부족 등을 이유로 2017년에 자체 해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를 가진 집단이 해산하는 것은 마땅한 결과였다”고 했다. 조직을 이끈 김길오 코리아보드게임즈 대표와도 해산 이후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언더조직 해산으로 김 대표의 지원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전까지 사람들 눈을 피해 현금 봉투로 이뤄지던 지원은 재단을 통한 공식 지원으로 방식이 바뀌었다.

김 대표는 과거 언더조직 주변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의 생활비를 현금으로 지원했다. 김 대표, 용 의원 등과 함께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 정도를 매달 현금 봉투로 받았다”며 “조직 선배가 사람들이 안 보일 때 따로 불러 '김길오에게서 오는 돈'이라며 조용히 줬다”고 증언했다. 알바노조와 청년좌파 등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조직 내에서 지원 방식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김길오와 절연했다"던 용혜인…이후에도 수상한 접점
지원 주체는 재단으로 옮겨갔다. 언더조직이 해산되기 2년 전인 2015년 김 대표가 5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 '바람'이다. 2017년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인 등기상 설립 시점은 2년 더 앞선다. 당시 등기에는 ‘김길오 외에는 대표권 없음’이라고 기재됐다. 재단을 해산할 경우 기본재산 5억원을 김 대표에게 돌려주도록 한 조항도 정관에 상당 기간 유지됐다.

바람은 2017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돼 기부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던 일부 인사들은 이후 바람과 산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연구원이나 사무원으로 활동했다. 과거 현금 봉투로 이뤄지던 지원이 재단에서는 급여 형태로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대표가 지분 94%를 보유한 보드게임 업체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기부금도 바람 설립을 전후해 크게 늘었다. 회사 전체 기부금은 2015년 2억2330만원에서 2016년 9억4258만원으로 증가했다. 1년 새 7억1928만원 늘었다.

바람의 기부금 명세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재단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3억7903만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보드게임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 기간 바람에 매년 약 4억8000만원씩 모두 43억원가량을 지원했다. 김 대표가 2023년 개인 명의로 기부한 3억원까지 더하면 46억원을 넘는다. 같은 기간 코리아보드게임즈가 회계상 지출한 전체 기부금은 50억3537만원이었다. 회사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바람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바람은 이렇게 받은 기부금 가운데 37억원 이상을 연구원과 사무원 인건비로 썼다.
기본소득당이 2020년 창당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찾아 21대 총선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은 당시 “시민사회단체, 정치세력들과 함께 연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제공
기본소득당이 2020년 창당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찾아 21대 총선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은 당시 “시민사회단체, 정치세력들과 함께 연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제공
용 의원은 언더조직이 해산한 2017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가입했다. 김 대표도 이 단체 이사로 활동했고 2020년까지 회비를 냈다. 현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사용하는 경기 고양시 사무실도 김 대표 소유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으로 밀면서 기본소득 운동은 정치권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 창당 전인 2019년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조직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도 박람회 공동주관 기관으로 참여했다.

용 의원은 2020년 1월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당이 창당 뒤 처음 찾아간 외부 단체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였다. 방문 장소는 김 대표가 설립한 바람 산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사무실이었다.

기본소득당은 당시 홈페이지에 “지난 10년 동안 기본소득운동을 해오신 많은 분들의 토양 위에서 기본소득당이 뜨거운 호응 속에 창당할 수 있었다”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정치세력들과 함께 연대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용 의원은 김 대표와 2017년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에도 김 대표와 연관된 단체와 인사들은 기본소득 운동을 매개로 용 의원의 정치 활동과 계속 접점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전날 해명만으로 관련 의혹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 의원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임명 반대 여론이 70%를 넘는다'는 질문에 “국민만 믿고 의정활동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만 보고 필요한 부분을 소상히 설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