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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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도, 보호 장구도 없이 오직 맨몸으로 싸움을 벌이는 이른바 '야차룰'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모양새다. 급기야 야차룰을 강요받은 20대 여성이 10대에게 폭행당해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신종 학교폭력과 폭력성 콘텐츠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청주 상당경찰서는 원치 않는 싸움을 강요해 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공동강요)로 20대 여성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연인 관계인 이들은 지난 5월 29일 청주시 용암동의 한 공원에서 20대 여성 B씨에게 10대 여성 2명과 연달아 싸울 것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초 A씨 등은 "술래잡기하다 넘어졌다"고 거짓 진술을 했으나, 부검 및 휴대폰 압수수색 결과 보호 기구 없이 싸우는 야차룰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제는 보호 장구 없이 잔혹하게 폭력을 주고받는 이 야차룰이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와 부모의 눈을 피해 1대1 싸움을 붙인 뒤, 이를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숏폼 플랫폼에 공유하고 용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야차룰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50만명에 달한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현실화됐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 아이들 사이에서 실제로 엄청나게 한다고 들었다", "직접 목격했는데 어른들이 왜 방치하는지 위험해 보인다", "주위 어른이 현장에서 싸움을 제지하려 해도 '야차 하는 것'이라며 싸우더라"라는 글들이 게재됐다.

이 같은 신종 변종 폭력의 여파로 학생들의 실제 피해 체감도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2.9%로 집계됐다. 이는 6년 연속 상승한 수치다. 과거의 단순 폭행을 넘어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들을 모아 강제로 야차룰 싸움을 붙이고 이를 촬영·유포하는 등 학폭의 양상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교육부와 경찰청은 지난 8월 야차룰에 대해 신종 유형 발생경보를 발령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힘이 센 학생이 타인을 싸움으로 몰아넣고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최고 수위의 징계와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한 예방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학폭 영상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관계부처와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